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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레저] 숨겨진 섬, 애도에서 쓰는 가을편지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6 19:48

수정 2017.10.26 19:48

전남 고흥 나로도 '섬속의 섬' 艾島를 가다
사부작사부작 고양이 따라 돌담길 걷다보면, 시큼달큼 담넘어 풍겨오는 유자향기
[yes+ 레저] 숨겨진 섬, 애도에서 쓰는 가을편지

봄이면 쑥향기가 진동한다 하여 ‘쑥섬’이랍니다. 사랑 ‘애’자가 아니라 쑥빛 ‘애’자, 애도인셈이죠. 섬입구에서 양갈래로 펼쳐진 돌담길을 걷다보니 정다운 얼굴들이 하나씩 그려집니다. 이 섬엔 세가지가 없다더군요. 개, 닭, 무덤. 그리고 한가지가 더 없네요, 당신. 이곳에 함께 온다면, 저 노을을 함께 본다면 영원히 추억하게 될거예요. 우정이든, 사랑이든.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 속의 섬' 애도는 봄이면 섬 전체에 쑥이 쑥쑥 자란다고 해서 '쑥섬'으로도 불린다. 여행객들이 애도 우주정원에서 다도해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 속의 섬' 애도는 봄이면 섬 전체에 쑥이 쑥쑥 자란다고 해서 '쑥섬'으로도 불린다. 여행객들이 애도 우주정원에서 다도해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 고흥(전남)=조용철 기자】 지금 당장 떠날 여행을 내일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여행을 해본 사람은 안다. 전남 고흥 나로도 속의 섬, '애도(艾島)'는 아직 여행객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 봄이 오면 섬 전체에 향긋한 쑥이 쑥쑥 자란다고 해서 '쑥섬'이라 불리는 애도는 사랑 애(愛)가 아니라 쑥빛 애(艾)를 쓰지만, 돌담길을 걷다보면 보고싶은 얼굴이 갑자기 떠오를 만큼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다. 또 애도 앞바다가 평온한 호수처럼 보인다고 해서 '봉호(蓬湖)'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애도에선 가슴이 뻥 뚫릴 만큼 탁 트인 다도해 절경에 오랜 세월 풍상을 견뎌온 기암괴석이 수평선을 바라보며 늘어서 있어 색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울창한 난대림을 지나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계절 꽃정원과 맞닥뜨리는 순간, 시쳇말로 힐링과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남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난대수종 원시림이 있는 자연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는 애도에는 이밖에도 300여가지 꽃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있는 해상 꽃정원인 '별정원'를 비롯해 수국이 소담스럽게 피어나는 '수국길', 다도해와 수평선을 바라보며 트레킹할 수 있는 '몬당길' 등 즐길거리가 제법 많다. 섬 이곳저곳에서 만날 수 있는 수백년 된 돌담길을 걷다보면 "여기가 어쩌면 지상낙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yes+ 레저] 숨겨진 섬, 애도에서 쓰는 가을편지

애도는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 축정항에서 배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총 탐방 시간은 1시간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리지만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 위해선 마지막 배 시간을 기억해야 한다. 매월 20일은 마을 배의 정기휴일이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힐링 파크' 애도에는 세 가지가 없다고 한다. 개와 닭, 그리고 무덤이다. 애도에는 골목마다 조용히 돌아다니는 고양이만 보일 뿐이다. 대신 애도에는 다른 세 가지가 있다. 계절마다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과 순박한 사람들, 그리고 도시에서는 절대 누릴 수 없는 한적함이 있다.

섬 주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는 수백년간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있는 돌담과 그 돌담을 따라 만들어진 작은 길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사진=조용철 기자
섬 주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는 수백년간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있는 돌담과 그 돌담을 따라 만들어진 작은 길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사진=조용철 기자

쑥섬의 터줏대감 고양이 사진=조용철 기자
쑥섬의 터줏대감 고양이 사진=조용철 기자


애도는 전남 고흥군 봉래면에 속한 섬이다. 면적 0.32㎢, 해안선 길이는 1㎞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나로도 축정항에서 배를 타면 불과 3분이면 섬에 도착한다. 혼자 또는 친구와 함께 힐링 여행을 떠나기에 알맞다. 나로도 축정항에서 보면 애도 마을이 바로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배를 타자마자 내려야 할 만큼 지척이지만 잠시라도 바닷바람을 맞는 것도 시원하다. 애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갈매기 모양의 무인 탐방비 박스가 있다. '힐링파크 쑥섬쑥섬'의 입장료이기도 한 탐방비 5000원은 주민들과 섬을 가꾸기 위해 사용된다고 한다. 무인박스 바로 옆에는 애도 탐방 코스 안내도가 그려져 있다. 양갈래길을 마주하지만 어느 쪽으로 가든 곧바로 아름다운 애도의 풍광에 빠진다.

애도의 무인카페 ‘갈매기 카페’ 사진=조용철 기자
애도의 무인카페 ‘갈매기 카페’ 사진=조용철 기자

■우주정원서 꽃과 함께 하는 멋진 노을

선착장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면 갈매기 카페를 만난다. 갈매기 카페도 무인으로 운영된다. 여행객들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로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갈매기 카페 옆으로 가면 탐방로로 이어지는 가파르지만 호젓한 언덕길을 만난다. 햇볕을 가릴 만큼 울창한 난대림 숲길에서 만나는 푸조나무, 후박나무, 육박나무, 돈나무 군락지는 정글 속의 밀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숨 고르기가 무섭게 다도해와 수평선을 만난다. 3㎞에 이르는 몬당길이다. 몬당길을 오르다 해발 83m 표지판을 만난다. 바로 눈앞에 해상정원이 펼쳐진다.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여기가 봄부터 겨울까지 300여종의 꽃들이 피고 진다는 애도의 우주정원이다. 우주정원은 별정원, 태양정원, 달정원으로 이뤄진다.

매화, 매실, 수선화, 꽃잔디, 노랑 금어초, 금계국, 베르가못, 글라디올러스, 노랑 기생꽃, 접시꽃, 청화국화, 천일홍, 지니아, 수국, 에키네시아, 한련화, 라벤더, 바질, 멜라포디움 등 이름도 색다른 300여종의 꽃들이 1년 내내 피고 지는 별정원을 돌아본 뒤 마을로 내려오면 돌담에 핀 야생화도 신비롭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성화등대에선 애도의 비경인 일몰이 여행객들을 맞는다. 일몰의 장관을 보기 위해 애도에서 하룻밤을 묵는다고 할 만큼 멋진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만일 섬에서 1박을 한다면 아름다운 별이 흐르는 밤은 보너스다. 일몰을 감상하고 200~300년을 살아온 동백나무가 무성하게 이어지는 동백길과 함께 마을 주민들의 추억이 느껴지는 쌍우물, 수백 년 전 지어졌다는 사랑의 돌담길을 만날 수 있다.

애도에는 마트와 식당이 없기 때문에 나로도항에서 미리 장을 보거나 식사 준비를 마련해 가야 한다. 사전에 체험 신청을 하면 숲해설가와 함께 숲 체험을 할 수 있다. 미니통발 만들기, 정원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준비돼 있다. 수익금은 모두 마을을 위해 사용된다.

김상현 교사와 고채훈 약사 부부가 애도와 사랑에 빠지면서 지난 16여년간 가꾼 해발 80m에 지은 우주정원은 전라남도 제1호 민간 정원이다. 지난 2000년 새해 이들 부부는 평생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서로 종이에 써서 보여줬다. 서로에게 영향을 받지 않고 정말 해보고 싶은 것을 알아보기 위해서 그렇게 했는데 이들 부부는 '사회복지사업'이란 같은 꿈을 담고 있었다.

부부는 앞으로 빈곤 노인, 결손가정 아동 등 지역의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는 사회복지 사업, 청소년과 만학도를 대상으로 하는 장학사업, 지역사회에 헌신 봉사할 수 있는 리더형 인재를 육성하는 일을 앞으로 계속하거나 더 하고 싶은 일로 꼽았다.

애도를 보고난 뒤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고흥의 모든 역사문화자원을 전시·관람·체험할 수 있는 고흥분청문화박물관도 한번 둘러볼만 하다. 오는 31일 개장을 앞두고 있는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개관 기념으로 1943년 두원면 성두리 일원에 떨어진 낙하운석을 볼 수 있는 '두원운석'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유자공원에 열린 유자 사진=조용철 기자
유자공원에 열린 유자 사진=조용철 기자

고흥의 별미 ‘삼치회’ 사진=조용철 기자
고흥의 별미 ‘삼치회’ 사진=조용철 기자

■유자·삼치·피굴 고흥의 맛

고흥은 직접 오지 않고선 맛보기 힘든 독특한 향토 음식이 다양하다. 유자는 고흥의 대표 특산물이다. 원산지인 중국에서도 고흥 유자를 맛본 중국 사신이 중국에 진상되는 농산물 전부를 고흥에서 재배하는 것이 어떨지 고민할 정도로 유명했다고 한다.

고흥은 전국 최고의 유자 생산량과 재배 면적을 자랑하는 곳으로 기후 변화에 특히 민감한 유자 재배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고흥 유자는 다른 지방의 것보다 향과 당도, 그 맛이 훨씬 뛰어나다고 인정받고 있다. 유자는 비타민C가 귤의 3배 정도 들어 있어 구연산이 풍부하며 피로 회복과 소화액의 분비 촉진에 좋다. 특히 감기에 좋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살살 녹는 삼치는 거문도와 나로도 근해가 주어장이다. 삼치를 김에 싸서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와 곁들여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삼치는 지방 함량이 높은 편이지만 대부분 불포화 지방산이기 때문에 동맥경화, 뇌졸중,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맛이 부드럽고 영양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건강식으로도 좋다. 나로도는 채낚기어업에 의한 재래식 방식으로 삼치를 잡는다.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이다.

차갑고 뽀얀 국물에 담긴 굴 알맹이들이 통통한 피굴과 함께 현지에서도 파는 가게가 많지 않다는 낙지죽은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럽다. 낙지를 팥과 함께 끓인 구수한 낙지죽은 이색적인 음식 중 하나다. 겨울부터 초봄에 주로 먹었다는 피굴은 현지 사람들도 쉽게 맛보기 힘들다. 봄과 가을이 제맛이라는 고흥 낙지는 몸에 꽃무늬가 있기 때문에 '꽃낙지'라고도 한다. 한 입에 쏙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매년 4~5월께 나로도, 초도, 거문도 등지에서 많이 잡힌다.


고흥 앞바다에 드넓게 펼쳐진 갯벌에서 많이 잡힌다는 꼬막은 다른 지역의 꼬막에 비해 검은 빛을 띄며 알이 크다. 고흥 바지락도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바지락은 감칠맛이 풍부하기 때문에 주로 맑은 탕으로 끓여 먹는다.

yc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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