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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균 기자의 한국 골프장 산책] 감탄사 터져나오는 ‘신들의 비밀정원’ 경기 이천 웰링턴CC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6 19:55

수정 2017.10.26 19:55

(18) 경기 이천 웰링턴CC
원시숲 사이로 거울같이 맑은 계곡물… 사시사철 푸른 양탄자 두른 페어웨이… 프라이빗 보장되는 완벽한 회원제
상상 속 동물 이름을 따 온 그리핀, 피닉스, 와이번 코스 자연환경과 완벽한 조화
정통 스타일의 그리핀, 홀 독립성 뛰어난 피닉스, 전략성 높은 와이번 코스
각기 다른 콘셉트로 재미 선사
화장실 비치 제품에도 세심한 배려 디테일에 승부거는 서비스 감동
클럽하우스 벽면의 윈도픽처 계절따라 색감도 다채
명품의 새 패러다임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
'신의 축복이 내린 신성한 땅'이라는 의미를 가진 경기도 이천 웰링턴CC는 중지에 라이그라스를 혼합 파종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푸르름을 유지한다.
'신의 축복이 내린 신성한 땅'이라는 의미를 가진 경기도 이천 웰링턴CC는 중지에 라이그라스를 혼합 파종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푸르름을 유지한다.

【 이천(경기)=정대균 골프전문기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신천지가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몸은 눈 내리는 날 삽살개마냥 어찌할 바를 모른다. 한 곳도 빠트리지 않을 요량으로 매의 눈을 하고서 샅샅이 살핀다.
딱 봐도 원시의 자연이다. 숲은 깊고 그 깊은 숲 사이로 계곡이 졸졸 흐른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홀을 수놓듯이 앉혔다. 마치 꼭꼭 숨겨놓은 신들의 비밀정원 같다. 그래서일까. 세 개의 코스 이름이 모두 상상 속 동물인 그리핀, 피닉스, 와이번이다.

세계적인 골프 코스 설계자 피트 다이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피트 다이는 "자연환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 골프 코스를 설계하기 위해 드라마틱한 경치, 원산지 식물, 그리고 아름다운 지형을 최대한 살린다. 그래야만 회원을 비롯한 방문객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쩜 그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자연친화적이라는 얘기다. 많은 골퍼들이 라운드를 꿈꾸는 '신의 축복이 내린 신성한 땅'이라는 의미를 가진 경기도 이천 웰링턴CC(대표 이인호)다.

■사시사철 푸른 양탄자 페어웨이

지난 2013년 그랜드오픈한 웰링턴CC는 27홀 회원제로 운영된다. 그냥 회원제가 아니다. 회원 또는 회원 동반이 아니면 입장이 불가능한 온전한 '프라이빗'이 보장되는 곳이다. 티오프 간격은 10분으로 여유롭다. 따라서 플레이 도중 앞뒤 팀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는 클럽 측의 '배려'에서 비롯됐다. 다름아닌 자연친화형 코스의 페어웨이를 걸으면서 운동효과를 만끽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흥미로운 것은 페어웨이 잔디다. 웰링턴의 페어웨이 잔디종은 중지에 라이그라스를 오버시딩, 즉 혼파한 것이다. 제주도를 제외한 육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잔디다. 장점은 밀도가 좋아 마치 양탄자를 밟는 것처럼 푹신하고 볼은 떠 있고,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푸르름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른 봄에 싹이 올라와 여름에 잠시 숨을 골랐다가 늦가을까지 초록을 유지하는 라이그라스와 라이그라스의 휴지기인 여름에 올라와 라이그라스와 임무교대하는 중지의 특성 때문이다.

보기에는 쉬운 것 같지만 성질이 다른 두 잔디를 혼파하는 것은 까다로운 기술이다. 하지만 모기업 효성그룹의 기업정신인 기술집약형 DNA가 있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던 잔디가 탄생했다. 하지만 섣불리 실용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3년여간 임상시험을 했다. 이 골프장이 2010년 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장을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에 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그 결과 페어웨이 예고를 변함없이 15㎜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이언샷 때 손맛은 더할 나위 없다.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이천 웰링턴CC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이천 웰링턴CC

■각기 다른 콘셉트의 3개 코스 27홀

웰링턴CC는 3개 코스 총 27홀이다. 3개의 코스는 각기 다른 콘셉트로 조성돼 색다른 플레이가 가능하다. 확실한 것은 어느 코스를 막론하고 녹록한 홀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먼저 그리핀 코스는 정통 스타일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가장 여성적인 코스다. 가장 늦게 조성된 와이번 코스는 다양한 경관과 전략성 높은 코스로 특히 계곡과 연못, 능선, 계류, 원시림 등 다양한 자연의 특성을 본의 아니게 두루 경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와이번 코스는 다이내믹한 지형변화에 따른 전략적 플레이가 요구되는 남성적 코스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피닉스 코스는 홀마다 독립성이 뛰어나 여간해서는 코스 안에서 다른 골퍼를 만날 수 없다. 따라서 일상의 번뇌를 잊고 자연 속에서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코스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코스라고 해도 라운드를 자주 하다 보면 식상함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웰링턴CC는 티잉 그라운드의 선택 폭을 넓혔다. 웰링턴은 6개(블랙, 블루, 퍼플, 화이트, 핑크, 레드)의 티잉 그라운드를 상시 오픈한다. 퍼플과 화이트는 다른 골프장의 레귤러 티잉 그라운드에 해당된다. 퍼플과 화이트의 전장이 6845야드와 6329야드여서 웬만한 장타자가 아니고선 주말골퍼들에게 부담이 되는 길이다. 각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는 뷰는 전혀 다른 풍광이다.

클럽하우스에 설치된 대형 '윈도우 픽처'
클럽하우스에 설치된 대형 '윈도우 픽처'

■디테일이 살아 있는 서비스

서비스는 그야말로 '디테일'로 승부를 건다. 화장실에 비치하는 제품 하나, 기사 대기실의 작은 것 하나도 고객만족을 위해 소홀히 하는 것이 없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화장실 내에 비치해 둔 가그린이다. 일회용이라 비닐을 뜯는 데 다소 불편함이 따랐다. 특히 시력이 좋지 않은 시니어들로서는 플라스틱 병을 감싼 비닐 커버에 그려진 절취선을 찾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절취선이 뜯겨진 가그린이 화장실에 비치되기 시작했다. 가그린 병을 뜯는 데 불편하다는 소리를 듣고 골프장 측이 배려한 것이다. 한 마디로 디테일이 가져다준 고객 감동이 아닐 수 없다.

기사들에게는 아침 혹은 점심 식사 한끼가 무료다. 뿐만 아니다. 골프장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온천 무료이용권도 제공된다. 운전기사도 일단 웰링턴CC에 오면 고객이기 때문이란다. 접근성도 빼어나다. 중부고속도로 남이천IC 설치로 IC에서 골프장까지 5분이면 도착한다.
웰링턴CC 클럽하우스 벽면에는 '대형 윈도 픽처'(9.6m×3.4m)가 있다. 이는 단순한 대형 유리창이 아니라 차경(借景) 사상을 실천한 인문학적 장치다.
철따라, 계절따라 색감을 달리하고 또 하루에도 시시각각 자태와 표정을 바꾸는 웅대한 풍경을 그 어떤 명화가 대체할 수 있을까. 그것 하나만으로도 웰링턴CC가 새로운 방식과 키워드로 명품 골프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것을 엿볼 수 있다.

golf@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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