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yes+ Culture] "피카소의 삶과 작업에 영향 미친 20세기 스페인·프랑스로 떠날 시간"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6 20:05

수정 2017.10.26 20:05

28~29일 씨댄스 폐막작으로 선정
크리에이티브 집단 '라 베로날'공연.. 한국 무용수 13명 함께 무대에 올라
씨댄스(SIDance) 폐막작 '죽은새들'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온 청년은 어릴 때 무용수로서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무용을 사랑했다. 바르셀로나 연극학교에서 연기를 배우며 사진과 예술사를 공부해온 그는 이후 발렌시아 무용음악원과 미국 뉴욕 무브먼트 리서치에서 안무와 극예술을 배우며 세계가 주목하는 안무가로 성장했다. 마르코스 모라우(35). 2004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모아 만든 크리에이티브 집단 '라 베로날'을 통해 다양한 예술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이고 각종 무용상을 휩쓸었다. 이번 서울세계무용축제(씨댄스·SIDance) 폐막작으로 그의 작품 '죽은 새들'이 선정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28일과 29일 이틀간의 공연을 앞두고 있는 마르코스 모라우를 만났다.

―한국 방문 소감은.

▲지난 2013년에 이어 두번째인데 이번에 한국 관객들에게 조국 스페인과 제가 존경하는 아티스트인 파블로 피카소에 대해 좀 더 알려드릴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무용에 대한 나의 시각을 한국 관객들과 공유하고 깊은 우주로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쟁과 독재정권이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즐거움과 연희로 가득 찼던 스페인, 아마도 한국 관객들은 잘 알지 못하는 스페인의 새로움 속으로 말이다.

―수면제 이름을 팀 이름으로 사용한 이유는.

▲사실 '베로날'은 영국의 여류 소설가 버니지아 울프가 자살하기 위해 과다 복용했던 항우울제의 이름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항상 나에게 큰 영감을 준다. 내가 그녀에게 가장 처음 매료된 부분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심리적 상황을 풀어내고 묘사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문학작품 이상으로 그녀가 살았던 삶 그 자체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남녀의 관계, 사랑, 일에 대한 강박, 그리고 스스로 삶을 끝내기로 결심하기로 한 부분까지.

씨댄스(SIDance) 폐막작 '죽은새들'
씨댄스(SIDance) 폐막작 '죽은새들'


―크리에이티브 집단 '라 베로날'에 대해 소개해달라.

▲라 베로날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고향인 스페인 발렌시아에서부터 시작했고 이후 바르셀로나에 정착했다. 처음 우리는 문학, 영화, 연극, 그리고 무용 등 단순히 서로 다른 예술 분야에서 온 친구들의 모임이었다. 시간이 지나 우리는 각자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다. 나는 무용수로서의 과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안무가로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보다는 장점이 더 많았다. 무용수들에게 때로는 무용이 아닌 새로운 것을 제시할 수 있었다. 나는 스테이지 매니저로 이미지, 세계, 비주얼 아트, 움직임의 과정 등 다른 예술 분야들을 혼합시켰고 독특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 같다.

―씨댄스에서 공연하는 '죽은 새들'은 어떤 작품인가.

▲이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가 1912년에 그린 동명의 작품과 이름이 같다. 파블로 피카소가 살았던 스페인의 역사적 배경에 관한 작품이고 동시에 프랑스에 대한 작품이다. 스페인과 프랑스라는 두 세계는 스페인 말라가의 천재 피카소의 생애와 작업에 영향을 미쳤는데 그 상관 관계를 관객들에게 설명하고자 한다.

―'피카소의 시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대는 그 시기를 살아가는 세대들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우리는 파블로 피카소가 20세기를 상징하는 존재라 생각했다. '죽은 새들'은 그의 삶을 거쳐가고 거의 항상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모든 인물들을 마법처럼 불러낸다. 도덕 및 규범이 무너지고 프랑스 모더니즘에 직면한 스페인 보수주의가 충돌했던 격동의 20세기 동안 피카소가 만들어낸 모든 작업의 성향을 입체주의적 관점에서 다시 보여주려 한다. 피카소가 그의 붓 터치에 담아냈던 것에 가깝게 말이다. 내가 살지 않았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작품에 나만의 주관을 불어넣는 것이기 때문이다.

씨댄스(SIDance) 폐막작 '죽은새들'
씨댄스(SIDance) 폐막작 '죽은새들'


―2009년 6월 스페인 초연 후 이번 공연에서 달라진 부분은.

▲한국 무용수 13명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데 환상적이다. 우리의 경험을 그들과 공유하고 서로 다른 무용가들 간의 만남의 장소를 만들어내면서 작품을 해석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씨댄스 공연 이후 '라 베로날'의 향후 계획은.

▲현재 많은 작품들을 동시에 작업 중이고 올해 말 캐나다와 유럽 투어가 예정돼 있다. 또 오는 12월에 중국 베이징에서 공연이 있고 내년 6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또 다른 작품을 초연하게 된다. 이 작품은 국제적인 공동작업을 통한 규모가 큰 창작 작품이다. 이후 덴마크왕립발레단을 위한 작품을 창작하는 동시에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다. 난 아직 젊기 때문에 내 삶에 남아 있는 시간 동안 더 많은 것을 해보고 싶다.


―한국에서 활동 계획은.

▲다음 프로젝트로 '인간의 욕망.정념.열정(Human Passions)'에 대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적인 프로젝트인데 아마 2019년 국립현대무용단의 해외초청 안무가로 한국에 와서 그와 관련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아직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모르지만 곧 방향성을 찾아낼 것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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