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월드리포트] 민족주의의 세계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7 17:42

수정 2017.10.27 17:42

[월드리포트] 민족주의의 세계화

약 20년 전부터 인터넷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단어가 일상화됐다. 그러나 최근 세계정세를 살펴보면 세상은 세계화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은 국수주의 성향이 강한 지도자들을 선택하며 타국 문화와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출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캠페인 캐치프레이즈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였다. 그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미국에서는 반이민 분위기가 고조되고 그동안 잠잠했던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주 열린 제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현 국가주석의 연임을 결정했다.
언론에서는 시 주석의 연임과 관련, 중국 공산당이 시 주석의 통치이념인 '시진핑 사상'을 지도사상에 편입하며 집권 2기에 보다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3연임까지 내다보게 됐다고 언급하고 있다. 시 주석은 당당한 글로벌 강대국으로서의 중국 이미지를 지키면서 중국인들의 자부심을 키워가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에 따른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에서 볼 수 있듯이 시 주석의 지도 아래 중국은 민족주의와 애국심, 우월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80% 이상은 중국이 현재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이 조사에서 중국인의 75%는 10년 전보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60%는 국제 경제에서 중국의 역할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역시 '자국 우선주의' 바람이 부는 것은 마찬가지다. '강한 외교'를 선호하는 아베 신조 총리가 최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일본은 강력한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 도전을 공식화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지도자다.

영국은 또 어떤가.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국수주의 향수를 끌어안고 있다. 최근 열린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승리하며 세계 최연소 지도자로 기록된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오는 지중해 루트를 폐쇄하고 세금 안 내는 난민에 대한 지원은 줄여야 한다며 강경한 반난민 정책을 약속했다.

반면 온건파 정치인들은 고전하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최근 총선에서 4연임에 성공하긴 했지만 지난 총선에 비해 득표율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독일 총선에서는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선전하며 앞으로 메르켈 총리의 국정 장악력이 예전보다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아시아, 유럽에서 강한 국민주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에 있어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유럽은 그렇다 치고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차지하고 있는 동맹국 미국과 지형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일본, 중국, 러시아가 자국 우월주의를 외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우려는 북한의 핵무기 사태를 놓고도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다.
가장 영향이 미칠 당사자는 한국인데 미국과 중국, 일본은 자국의 주장만을 펼치며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한국에 있어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사태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발한 외교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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