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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대통령의 사과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9 16:56

수정 2017.10.29 16:56

[차장칼럼] 대통령의 사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의 '소통 대통령'으로 불렸다. 자신의 정책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한발 앞서 TV 앞에서 국민과 대화했다. 참모들과 장시간 대화를 하는 데도 인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잘못한 일에는 지체 없이 사과했다. 지난 2015년 4월 미국 무인기의 오폭으로 파키스탄에서 자국민 등이 사망하자 지체 없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앞서서는 자국에 부끄러운 일로 치부되는 인종갈등에 따른 소요사태를 유엔총회 연설에서 소개한 뒤 "미국에도 문제가 많다"고 인정했다.
백인 경관의 총격으로 비무장 흑인청년이 사망해 촉발된 퍼거슨 소요사태가 주요 내용이었다.

물론 오바마의 사과가 늘 환영만 받은 건 아니다. 지난 2012년 미군의 코란 소각사건과 관련해 아프가니스탄에 사과한 것을 두고 대외이미지 실추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오바마는 이후에도 사과에 인색하지 않았다.

대통령도 사람이다 보니 본인이 부족할 때는 소통능력이 뛰어난 참모를 활용하기도 했다. 클린턴은 소통의 지도자인 케인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미국과 우리 지도자들이 다른 것은 바로 소통능력의 차이다. 우리 정치풍토는 이와는 크게 다르다. 우리 대통령들은 보수·진보를 떠나 국민에게 사과하는 데 인색했다.

대통령의 사과로 국정동력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문제다. 오히려 쉽게 풀 수 있는 정국상황을 꼬이게 만들고 결국은 이런 일이 반복되면 오만한 정권이라는 인식만 각인시킨다.

국민이 늘 분노하는 것은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잘못을 하고도 인정하지 않아서다. 남발돼서도, 인색해서도 안 되는 것이 지도자의 사과다.

직전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겐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박 전 대통령은 사과를 해야 할 시점을 한참 넘긴 뒤에도 야당과 국민의 사과요구가 거세질 때쯤 기자회견에 나왔다. 그러곤 모든 것을 야당과 국회 탓으로 돌렸다.

문재인정부도 출범 당시와 달리 최근에는 인사파동과 주요 정책집행 과정의 소통의 문제가 한두 개씩 불거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건설 재개 권고발표 뒤 공약수정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탈원전 찬반론을 떠나 문 대통령의 주요 대선공약이 국민에 의해 첫 제동이 걸린 시점이었다.


야당도 야당이지만 여당에서도 "탈원전 정책은 좋지만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은 사회적 비용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았다. 앞으로도 국정을 운영하다보면 가끔은 잘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때마다 사과에 인색해서는 과거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cerju@fnnews.com 심형준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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