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가족이다]

가족이라더니… 한해 9만마리가 물건처럼 버려져

fn-동물복지 국회포럼 공동 연중캠페인
3.동물유기 범죄입니다 (1)동물유기 실태와 문제점
반려동물등록제 도입됐지만 첫해 89만여마리 등록 이후 매년 줄더니 작년 9만마리뿐
유기 갈수록 늘어나지만 재입양 30%도 안되는게 현실

#.경기도 고양시의 A동물병원 원장은 개 두마리와 고양이 한마리를 병원에서 키우고 있다. 개는 수술을 맡겨놓고 반려인이 데리러 오지 않았고, 고양이는 지난해 연휴 기간 동안 동물병원에 맡기고 찾으러 오지 않은 아이다. 원장 김모씨는 "수술비와 치료비 등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간혹 이렇게 버리고 가는 경우가 있다"며 "병원에서 책임을 떠맡아 키우고 있지만 창밖을 보며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강모씨는 올 추석 연휴기간에 고속도로에서 마음 아픈 장면을 목격했다. 고속도로 갓길에 강아지 한마리가 겁에 떨며 홀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연휴 기간동안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많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다면 애초에 키우지 말아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동물 반려인구가 급속도로 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지만 덩달아 '그늘'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동물학대와 함께 유기다. 유기는 큰 의미로보면 학대의 범주에 속한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유기 또는 유실되는 반려동물이 연간 9만마리에 달한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이 이 정도지 실제로는 이보다 몇배는 많을 것으로 동물보호단체들은 예상한다. 동물유기는 쉽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 4항에 따르면 동물을 유기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럼에도 사실상 동물 유기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없다는 게 문제다. 버려도 쉽게 유기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려견 유기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2014년 반려동물등록제도가 도입됐지만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등록제 시행 첫해인 2014년에만 88만7966마리가 등록됐으나 2015년에는 9만1232마리, 2016년에는 9만1509마리 등으로 줄었다. 미등록에 따른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친 상황이다.

■키울땐 '가족', 버릴땐 '물건' 취급

한때 품에 끼고 가족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반려동물을 물건처럼 버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유는 늙고 병들어서,시끄러워서,휴가 때문에 등등 이유는 다양이다. 반려동물을 정말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처럼 쉽게 내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이유가 '생명'이 아닌 '물건' 취급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때 가치를 부여하고 가족처럼 지내다가 아무런 죄책감 없이 마치 물건을 폐기하 듯 의도적으로 유기하는 것은 반려동물이 소중한 생명체라는 인식 자체가 결여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려동물 유기는 명절이나 여름 휴가시즌 등 긴 연휴에 집중된다. 평상시 반려동물과 교감하면서 행복을 누리다가 연휴 때 함께 이동하기 어렵고, 반려동물 호텔에 맡기자니 비용이 부담돼 유기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역대 최장인 열흘 간의 올해 추석연휴 기간 반려동물 유기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시간 유기동물 통계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연휴 기간인 지난 1일부터 11일 사이 보호 중인 동물이 1815마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34마리)의 7.8배에 달한다. 올해 설 연휴(1월 27~30일)에는 321마리가 버려졌고, 징검다리 휴일로 월차를 낼 경우 최대 9일이 될 수 있었던 5월 연휴(4월 29일~5월 7일)에는 2120마리가 유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실.유기동물 8만9733마리 중 7∼8월 휴가철에 버려진 동물이 약 20%(1만8029마리)에 달했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보통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동물을 유기하거나 동물병원에 맡기고 찾으러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연휴 기간에 평상시의 3배 이상 많은 동물들이 유기되는데, 이것이 휴가지에 유기동물이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유기에 따른 사회적 문제 심각

반려동물 유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각종 사회적 문제와 비용이 발생하고 이같은 문제가 사람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점이다.

우선 버려진 동물들이 떼를 지어 다니면서 도심이나 등산로 등에 출몰해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심지어는 관리부재로 물려 광견병 등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유기동물 관리에 따른 사회적 기회비용이 엄청나다. 자연상태에서의 개체수 증가도 문제다. 유기된 동물을 구조,보호하는 일은 지자체에 맡겨져 있는 데 관리비용이 연간 100억원에 달한다.

더구나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해 죄책감없이 버리거나 학대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인권이나 인명에 대한 소중함마저 약화시킨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자 중 상당수가 반려동물 학대경험이 있다는 연구결과는 이를 잘 반영한다.

■매년 9만마리 유기...재입양률은 30% 그쳐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유기된 반려동물은 44만9412마리에 달한다. 해마다 약 9만마리, 하루 평균 246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지는 셈이다. 반려동물 유기는 2012년 9만9254마리에서 2013년 9만7197마리, 2014년 8만1147마리로 줄어드는 듯 했다. 하지만 2015년 8만2082마리, 2016년 8만9732마리 등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집계되지 않은 수를 고려하면 셀 수 없이 많은 동물이 버려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유기된 동물 중에는 개(30만3702마리)가 고양이(14만416마리)의 두 배에 달한다.
유기된 반려동물 중 재입양된 경우는 13만3578(29.7%)마리로 30%가 채 되지 않는다. 재입양되지않을 경우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은 대부분 안락사 처리 된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동물유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대하는 올바른 인식이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며 "가족처럼 키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병이 들고 볼품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유기하는 것은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