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교육정책 ‘여론수렴의 역설’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30 17:02

수정 2017.10.30 17:02

[기자수첩] 교육정책 ‘여론수렴의 역설’

새 정부 들어 교육정책만큼 의견이 분분한 분야도 드물다. 불공정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그렇고, 외고.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찬반 여론은 말할 것도 없다. 절대평가를 확대하려던 수능개편안의 경우 내년 8월로 결정이 1년 미뤄진 상태다.

이를 감안한 듯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각종 교육현안 추진에 대해 "중요한 게 이 과정에서 의견수렴이라고 본다"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비롯해 지역사회 교육 거버넌스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다양한 의견 대립에 여론수렴 과정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앞서 지난 정부에서도 교육정책에서 여론수렴은 중요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추진하던 당시 교육부는 찬성과 반대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추진 당시 찬반 대립이 첨예했던 국정교과서 정책에 국민의 합의 과정을 거치겠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최근 바로 이 여론수렴이 논란이 됐다.

국정교과서 찬반 여론이 사실은 조작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여론수렴에서 찬성 의견이 부풀려진 사실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이런 의혹은 지난 12일 교육부 국정 감사에서 증폭됐다.

정부·여당이 국정교과서 찬성 여론이 대규모로 부풀려졌다는 지적을 하자 야당 측도 반대 여론 역시 조작됐다며 당시 30만장 넘는 의견수렴 내용 전체를 열람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 여야 대립이 지속되면서 이날 국정감사는 결국 파행됐다.

현재 검찰은 국정교과서 여론조작과 관련, 교육부를 압수수색 중이다. 결과는 지켜봐야 알 것이다.

여론수렴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관건은 여론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반영되고 수렴되느냐다. 지난 정부 여론조작의 상처로 이미 교육부 정책에 흠집이 난 상황에서 여론은 오히려 비합리적인 정책추진 도구로 둔갑할 수 있다는 오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여론수렴이 '다수결이 무조건 옳다'는 식으로 용인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그 대신 합리적 의견도출 과정으로 정책에 대해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는 역할로 국한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설픈 여론수렴은 여론조작이라는 파행을 가져온다.
허울뿐인 보여주기식 여론수렴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 신뢰를 위한 여론수렴이 필요하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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