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막내린 저금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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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불가피하지만 인상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재정이 더 많은 역할 해야

올 3.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4%로 뛰어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6%를 기록했다. 예상을 넘는 성장세 회복이 한국은행의 금리 신호등을 인상 쪽으로 바꿔 놓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시장금리는 이미 오름세로 돌아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 한달 사이에 최고 0.44%포인트나 오르며 연 5%선을 넘어섰다. 시중 은행들 입장에서는 선제적 금리 인상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인상의 속도와 폭이다. 과거의 예를 살펴보면 2000년 이후 기준금리 상승기가 두 번 있었다. 1차 상승기는 2004년 11월(3.25%)~2008년 8월(5.25%)로 3년9개월간 2%포인트 올랐다. 2차 상승기는 2009년 2월(2%)~20011년 6월(3.25%)로 2년4개월간 1.25%포인트 올랐다. 이를 근거로 세 번째 상승기의 윤곽을 어림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향후 경기회복의 속도와 실업률, 물가, 집값, 환율, 수출 등 변수가 많아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저금리 시대가 가고 긴축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금리만의 문제가 아니며 전체적인 경제정책 방향이 성장에서 안정 쪽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2년 전부터 제로금리를 버리고 지금까지 4회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예상대로 연내에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린다면 한.미 간에 금리가 역전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 경우 자본유출 위험이 높아져 한은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금융긴축으로의 정책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 해도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 저금리 체제에 익숙한 기업과 가계가 금리인상에 적응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박근혜정부 시절 '빚 내서 집 사라'고 권장한 정부를 믿고 무리해서 대출 받아 아파트를 장만한 사람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 대출 조이기와 금리 인상에다 집값 하락까지 맞물리면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위험도 있다.

올 4·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는 한 성장률 3%대 초반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성장률이 2%대로 주저 앉았던 지난 2년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낮추는 모험을 통해 경기회복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저금리 정책을 지속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정책을 경기대응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반면 재정 쪽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경기 회복세가 더 분명해질 때까지 재정은 현재의 확장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긴축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 고통을 지혜롭게 잘 이겨내면 자생력이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다. 가장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 집단은 금융 이완기에 막차 탄 사람들이다. 저금리에 현혹돼 무리해서 빚을 내 투자하거나 집을 산 사람들이 유탄을 맞게 됐다.
그러나 크게 보면 금리인상은 긍정적이다.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정책의 대전환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때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