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백운규 리더십'을 기대한다

예상과 달리 산업통상자원부는 건재했다. '통상'과 '산업'을 지켜냈다. 지난 6월 문재인정부의 부처 개편 당시 차포 떼고 10년 만에 도로 '산업자원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었다. 청와대는 고심 끝에 '통상'을 외교부로 넘기지 않고 그대로 뒀다. 당시 산업부가 '읍소'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렇게 재편된 문재인정부의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백운규다. 지난 7월 3일 청와대는 새 에너지정책을 수행할 적임자로 공과대학 교수인 그를 지명했다. 3주 후 적격-부적격 의견이 둘 다 담긴 청문보고서가 채택됐고, 그날 개정 정부조직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그렇게 그달 24일 백운규는 장관에 취임했다. 이름(운규 雲揆)자 대로 많은 이(운)를 관장하는 벼슬(규)을 얻었다.

이틀 후면 취임 100일이다. 이쯤에서 되짚어보자. 백 장관은 취임사에서 "우리 부가 새 정부의 국정목표와 전략을 충실히 이행하고 위상을 높이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선 원전 문제를 보자. 집권 초반 정부는 공약대로 탈원전을 밀어붙였다. 건설 중(공정률 29%)이던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탈원전 시비는 커졌고, 갈등은 골이 깊었다. 이 난제를 정부는 공론화라는 틀에 넣어 양면이 다른(건설 재개와 탈원전) 명분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백 장관은 '전문가'다운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 전기료 인상이 없을 것임을 '삼척동자'로 빗대 말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산업부의 대국민 탈원전 설득력도 약했다. 백 장관은 취임 후 중립성을 이유로 신고리 지역에 가지 않았다. 당시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이 산업부 장관을 대신해 성난 민심을 마주했다. 공론화 후속조치였던 에너지전환 로드맵(10월 24일 발표)도 기대에 못 미쳤다. 지진에 대비한 원전 안전, 원전비리 감시 강화 등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그럼에도 이를 새삼스러운 대책인 양 내놓았다. 백 장관은 그날 국민과 소통할 좋은 기회를 놓쳤고, 소통에도 실패했다. 그간 했던 말을 되풀이했고, '다른' 질문에 '같은' 답을 했다.

통상정책에선 백 장관의 자리가 애매하다. 그가 총괄 장관이지만 통상 쪽은 잘 알지 못한다. 현재까지 그가 취임 때 한 약속("전략적·종합적 판단에서 장관이 책임감 있게 통상업무를 직접 챙기겠다")은 확인되지 않는다. 민감한 시기 "FTA 폐기도 하나의 가능성"이라는 말로 오해를 산 후부터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라는 식의 원론적인 말만 하고 있다.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FTA 개정 요구를 수용(10월 4일)한 현실에서 힘은 빠진다. 국민들은 올해 초 전 정부 장관이 말했던 것과 똑같은 답을 듣기를 원치 않는다.
중요한 국가사안에 대한 진전된 발언을 희망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가 총괄 장관으로서 통상교섭본부 쪽과 내부소통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100일의 허니문'이라 해도 정부의 장관은 수습직이 아니다. '백운규의 리더십'을 찾아야 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