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단말기 완전자급제 핵심은 유통망 대수술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 키워드 중 하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였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따로 판매하자는 취지로 이미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 국감에서 국회는 물론 이해당사자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제조사, 이통사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우선 국회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찬성 입장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로 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와 이통사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취지에는 원론적으로 공감하지만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말기 제조사 중 삼성전자는 찬반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큰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둘러싸고 이해 당사자들이 이같은 의견을 내놨지만 정작 중요한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속시원한 대책은 없었다. 다만 정부가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얽혀 있으니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검토하자는 취지로 유통망을 잠시 언급했을 뿐이다.

이제는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국의 편의점보다 많은 2만5000개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 단말기 대리점 등 유통망은 불법 보조금의 온상이자 통신요금 인하를 가로막는 주범이기도 하다.

우리가 내는 통신요금의 대부분이 가입자 유치에 따른 리베이트 명목으로 유통망을 따라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 유통망 수술 없이는 통신요금 인하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만들어 과도하게 난립한 중소 유통점을 어느정도 정리해 이통사가 남는 여력으로 통신요금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단통법은 지원금 공시 외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단통법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니 나온 카드가 단말기 완전자급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중소 유통점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2만5000여개의 중소 유통점을 정리하자니 '후폭풍'이 두려운 것이다. 표를 의식한 국회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에서 유통망을 어떻게 손볼지 빼버렸다. 일자리 창출이 국정과제인 정부는 당장 일자리를 잃게되는 유통망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통사도 그동안 거래해온 유통망이 눈에 밟히니 뾰족한 묘수가 없다.

단통법과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핵심은 유통망 대수술이다. 단순한 기대감만 있는 통신요금 인하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해당사자 중 그 누구도 속시원하게 유통망에 메스를 꺼내들 용기는 없는 듯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제2의 단통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라도 국회와 정부, 이통사는 유통망 수술 이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통신요금 인하라는 포퓰리즘 정책에 목을 매기보다 유통망의 살길을 찾아주면서 단말기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 말이다. 다소 아플 수 있겠지만 꼭 필요하다면 메스를 들 용기도 필요하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