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은행 80%가 블록체인 활용불구 韓 규제에 발목”

<인터뷰> IBM 글로벌 블록체인 총책임자 필립 에네스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까지 전 세계 은행 중 80%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거래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에선 예탁결제원, 코스콤, 한국거래소 등이 블록체인 플랫폼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보험·카드 등 대다수 금융업체들은 정책당국의 규제 사슬에 갇혀 신기술 채택에 보수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처럼 규제당국도 함께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이 주는 가치를 명확히 이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움직여야 할 시점이다.”

IBM 글로벌 블록체인 총책임자(금융산업)인 필립 에네스. /사진=한국IBM

IBM 글로벌 블록체인 총책임자(금융산업)인 필립 에네스(Phillip Enness·사진)는 1일 서울 여의도 한국IBM 본사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 인프라가 뛰어난 한국이 블록체인 등 첨단 신기술을 발 빠르게 흡수하면, 4차 산업혁명시대의 퍼스트 무버(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블록체인이란 거래정보를 담은 각각의 블록들이 실시간 사슬로 연결돼 하나의 장부를 이룬 형태다. 이때 모든 거래 정보를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기록·관리하기 때문에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블록을 해킹하는 데 엄청난 컴퓨팅 파워와 인력·자본이 소모되기 때문에 해커가 해킹하고픈 의도조차 가질 수 없는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나스닥을 비롯 런던증권거래소와 도쿄 미쓰비시 UFG 은행 등 글로벌 금융업계들은 발 빠르게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 데이터 거래 비용은 낮추고 사이버 보안 안전성은 높이고 있는 추세다. 에네스 총책임자는 “최근 유럽을 비롯 홍콩, 싱가포르 등 국가 간 상호무역금융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며 “특히 일본과 싱가프로는 규제당국이 직접 금융기관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블록체인 도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업체들이 도입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국내 금융권은 물론 제조, 물류·유통, 공공서비스까지 확산시키면, 사회 구성원 전체가 신뢰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기반 융합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각 산업분야에서 쏟아져 나오는 빅데이터를 가장 효율적으로 융·복합할 수 있는 매개체가 블록체인이기 때문이다. 이미 월마트가 미국과 중국 시장 내 식음료 유통망에 블록체인을 접목했으며, 두바이 정부는 무역거래 과정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꾸고 있다. 또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정부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함께 블록체인에 전기접촉불량(아크)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전기화재 발생시, 발화원인을 밝히고 발화지점을 파악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에네스 총책임자는 “IBM과 리눅스재단이 주도하는 ‘하이퍼레저’는 금융권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널리 이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오픈소스 프로젝트”라며 “개방형 기술인 블록체인을 어떤 산업과 서비스에 적용했을 때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을 마련할 수 있는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블록체인 활용 여부를 고민하는 것은 이미 과거형이란 것이다.
이는 정책 당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핀테크, 모바일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첨단기술 및 서비스가 가져올 부가가치는 외면한 채 정부가 과거 규제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은 신기술 활용 여부에 달려 있다”며 “특히 블록체인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등 신기술과 접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시너지가 큰 만큼, 한국과 선진국 간 신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핵심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