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다시 올림픽이다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1 17:13

수정 2017.11.01 17:13

[특별기고] 다시 올림픽이다

벌써 30년이 흘렀다. 아이는 하얀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흰색 모자를 쓴 채 동그란 굴렁쇠를 굴리며 올림픽주경기장을 가로지르다 침묵하던 관중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오자 비로소 멈춰 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렇게 한반도의 평화와 동서의 화합을 웅변하던 여덟살짜리 굴렁쇠 소년은 벌써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우리 모두 30년의 세월만큼 변했다.

88 서울올림픽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상징적 행사였다. 국가 이미지 제고와 경제성장은 물론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세계에 홍보됨으로써 관광객 증가에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줬고, 우리도 세계무대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원천이 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30년 전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상대적으로 발전에서 소외됐던 강원도 지역경제 활성화, 아시아의 동계스포츠 중심국가로 도약, 관광산업 진흥 등이 그것이다. 특히 하계올림픽이나 월드컵이 개발도상국에서도 개최됐던 것과 달리 동계올림픽은 모두 선진국 이미지를 가진 나라만 개최해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를 고급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평창올림픽은 문화올림픽,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이라는 또 다른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개.폐회식은 우리 전통문화와 강원도 고유의 문화 그리고 첨단기술이 조화된 독창적 연출로 준비되고 있다. 올림픽을 찾은 관광객은 올림픽을 전후로 개최되는 K팝 공연, 한국 전통문화 공연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세계 최초로 UHD방송으로 중계되고, 5세대 이동통신 시범서비스도 한다.

경기장을 비롯해 하드웨어 부문은 순조롭게 준비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관심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염려가 있다. 티켓 판매실적이 저조한 데다 내국인의 구매량이 외국인보다 적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아마 강원도 외 지역에 사는 국민 대부분의 머릿속에 아직까지 강원도가 먼 곳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고속도로가 계속 확충되고 연말에 KTX가 개통된 후 시민들이 이동편의를 실감하게 되면 분명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개최까지 석 달 남은 시점에서 또 한 가지 점검해야 할 것은 개최지의 손님맞이 태세다. 올림픽을 찾은 외국인들이 평창 곳곳을 누비면서 대면할 사람에 대한 평가가 강원도의 이미지를 결정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평창이 세계인들에게 공식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대규모로 외국인을 맞이하는 것 역시 평창엔 처음이기에 매사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해 한국방문위원회가 강원도 지역의 택시를 비롯한 운수업, 식당업, 숙박업 등 관광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친절교육을 하는 것은 평창올림픽을 관광올림픽, 더 나아가 친절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단 한 번 경험할지도 모르는 축제가 성큼 다가왔다. 30년 전 외국인을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국민으로서의 책무감으로 서울올림픽을 맞았다면, 이제는 높아진 국격에 맞는 성숙한 자세로 한국을 찾은 세계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배려하며, 그들과 함께 올림픽을 즐겨야 할 때다.
다시, 올림픽이다.

한경아 한국방문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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