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스포트라이트 사교육의 허와 실]

"학교, 효율적 교육 제공 수시합격률 높여"

(4.끝) 공교육 성공사례 보니
"학부모, 맞춤학습·면접지도 특목고 합격"
올 대입, 고교 유형별 서울대합격자 추이.. 일반고 학생수 줄었으나, 비중 소폭 늘어
전문가 "교사질 관리 등 공교육 투자 필요"

우리나라에서 사교육 도움 없이도 입시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볼 수 있을까. 핀란드나 싱가포르 등 교육 선진국과 같은 우수한 환경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 같지만 참신한 공교육 프로그램이나 효과적인 개인맞춤 학습을 통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도 한다. 이들은 교육적인 인프라와 사회적인 여건이 개선되면 사교육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대입 수시모집 70% 이상…효율적 프로그램 필요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일반고에서 서울대에 합격하는 학생은 한 학교당 한 해 1~2명에 그친다. 특목고나 자사고가 아니면 대입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게 쉽지 않은 상황. 그러나 학생부 위주로 선발하는 수시모집 비중이 70%를 넘는 현실에서 학교가 제공하는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은 입시생들에게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반고인 서울 양천고는 올해 서울대 합격자를 4명 배출했다. 지난해와 재작년에도 각각 6~7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일반고 평균 합격자수를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합격률로, 대부분 수시모집을 통해서다.

양천고는 해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20여개의 교내 경시대회를 개최한다. 학생들 참가율도 높다. 학년별로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반한 개인별 포트폴리오를 만들도록 하고 품평회를 통해 우수학생은 시상한다.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 대부분 이 부분에서 우수했다. 양천고는 학생 개별성향을 존중하고 각자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과목별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한다. 매주 1시간씩 10년 이상 운영 중인 '독서시간'이나 이슈가 되는 역사 문제를 짚어보는 역사동아리와 같은 비교과 부문을 활성화한다. 또 교과목 중심의 방과후수업에 90% 이상이 참여하면서 교과와 비교과 학습의 균형에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방과후 활동은 중.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수능 대비 위주로 진행하고, 하위권 학생은 기초학력을 올리기 위한 보충수업으로 진행한다.

오후 4시30분부터 밤 12시까지 휴일도 상시 이용할 수 있는 '상록실'도 있다. 이용 신청자가 많아 성적순으로 제한하고 있다. 교사들이 수시로 질의응답을 받아주고 매년 대학 3~4학년 학생 6~8명을 멘토로 정해 평일 학업과 대학생활을 들려주고 있다. 독서실, 토론실, 인강실을 갖춰 개별학습 및 의견을 나누고 사워실도 있다.

■특목고 합격생 학부모 "실전면접 직접 지도"

사교육 대신 효율적인 가정학습으로 특목고 합격에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올해 자율형사립고인 전북 전주 상산고에 딸을 입학시킨 학부모 이모씨는 딸을 목표로 하는 고교에 입학시키기 전에 남들이 한다는 코스를 모두 거쳤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자 상산고 입시를 위한 맞춤법 학습을 직접 지도하기로 했다. 그는 생기부, 자소서, 학교별 입시요강 등 입시분석을 직접 하고 실전면접 등 정량적인 부분을 준비했다. 교과목 학원은 수학과 영어 위주로 준비했다. 교과목 선행학습은 불가피해 어느 정도 학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인성면접과 독서면접 준비는 집에서도 가능했다.

이씨는 우선 딸아이의 생기부와 자소서를 면밀히 분석해 생기부용·자소서용으로 구분해 총 200여개의 질문을 만들었고, 하나의 질문에 이어지는 꼬리질문도 만들었다. 한 달여간 집중적으로 하루에 2~3시간씩 실전면접 연습을 했고, 압박면접에 대비해 상당히 시니컬하게 때로는 중간에 말도 끊고 화도 내가며 연습을 시켰다.

이씨는 "회사 면접관으로서 100명 이상 면접을 진행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며 "딸아이는 실제 면접에서 압박면접을 진행하는 면접관이 있었는데 집에서 연습하던 것보다 강도가 좀 약해서 거뜬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딸아이가 의대 입학을 준비하면서 이에 유리한 학교로 상산고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최종목표로 하는 대입에 유리한 학교를 찾아 입시를 준비하고 자녀에게 정서적·체력적인 뒷받침을 지원해주는 부모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성-현실성 시너지효과 중요

교육환경이 변화할 경우 가능성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 올해 대학입시에서 고교 유형별 서울대 합격자 추이를 보면 일반고 학생은 줄었지만 비중은 소폭 늘었다. 특히 정시 합격자는 전년보다 31명 증가해 수시에서 빛을 못 본 학생들이 수능 고득점을 받으면서 좋은 성과를 얻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인육 양천고 교무부장은 "최근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직접 교과목을 선택하는 학습이 시작된다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수업연구에만 전념하는 교사와 행정적인 업무를 지원하는 교직원, 인성과 생활지도를 위한 담임 등 교사진의 인력풀 구성이 절실하다"며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전반적인 교육환경과 현실을 감안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교육에 대한 투자도 절실하다는 평가다.
정호진 싱가포르국립교육대학 교수는 "2011년 싱가포르에 오기 전 서울교육대학교에서 5년2개월 동안 근무할 때 대부분의 초등교사 및 예비교사가 초등교육과정에 제시된 전 교과를 공부하고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지도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싱가포르의 경우 교육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국립교대에 입학한 학생-교사들은 대학을 다니는 동안 등록금을 면제받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별 싱가포르의 교육공무원 연봉체계 기준에 따라 월급을 받는다. 정부는 교육분야에, 특히 교사의 질 관리를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교육부, 국립교대, 로컬 학교들은 학생-교사들이 미래에 교사로서 현장에 나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발생할 어려움을 예측하고 그것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한다고 덧붙였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연지안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