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익의 재팬톡!]

결혼꺼리는 일본

일본에서 저출산 문제를 마주하다 (1) 결혼꺼리는 일본
취업자 3명중 1명 비정규직 경제적 불안정에 결혼 포기

【 도쿄=전선익 특파원】 '남자보다 고급아파트(だんくぼ 男よりマンション)'. 일본 TV아사히에서 지난 2013년 10월 방영된 심야 특집방송 제목이다. 여자 연예인 2명이 여성이 살기 좋은 고급아파트(맨션)을 소개해 주는 방송이었다.

방송은 시대의 사회적 쟁점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일본 여성들은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남성을 만나는데 돈을 쓰기보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생각해 왔던 것 같다.

일본 안에서 느끼는 저출산 문제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욱 심각했다. 물론 이젠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한국의 문제이기도하다.

일본은 지난해 약 98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역대 최저치로 100만명 선이 무너졌다. 출산율은 최근 30년 동안 1.8명에서 1.4명으로 줄었다. 참고로 한국의 지난해 출생아수는 40만6000명, 출산율은 1.17명(OECD 기준 최저수준)이었다.

올해 1월에는 일본펫푸드협회와 통계청이 지난해 일본의 반려동물(개, 고양이) 수(1980만마리)가 일본내 14세 미만 아동 수(1588만명)보다 많아졌다는 웃픈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저출산의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한 결혼 기피현상'이다. 연일 뉴스를 통해 일본의 승승장구하는 취업률 보도를 감안하면 경제적 불안정을 얘기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수치들의 속을 살펴보면 일본 젊은이들의 실상을 볼 수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일본내 완전실업률은 2.8%이다. 3% 미만의 완전실업률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사회(완전 고용)라는 것이다.

취업자수는 6596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74만명이 증가했다. 57개월 연속 증가라는 금자탑을 쌓은 것이다. 반면 완전실업자 수는 190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4만명이 감소했다. 무려 88개월 연속 감소이다.

일본의 취업률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9월 현재 기준 취업자수 6596만명 중 임원을 제외한 취업자 수는 5511만명이다. 이중 정규직원이 3483만명, 비정규직원이 2028만명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36.80%로 취업자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원인 셈이다.

비정규직 비율은 일본 정부가 비정규직 관련 노동법을 개정한 1990년대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파견사원, 계약사원 등의 비정규직원들은 영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연평균 수입도 정규직은 321만7000엔(약 3184만원)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211만8000엔(약 2096만원)으로 크게 떨어진다.

결혼과 육아는 결국 비용의 문제이기도 하다. 영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위치에서 결혼과 육아는 딴나라 얘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경제적 불안정은 일본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도 변화시켰다. 남자에게 경제력을 의지하기보다 사회에 나가 커리어를 쌓는 길을 선택하는 여성이 크게 늘었다. 지난 9월 현재 기준 일본 여성 취업자 수는 2898만명(43.75%)으로 총취업자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초혼연령을 늦추고 출산율 저하라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2015년 기준 일본의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이 31.1세 여성이 29.4세이다. 결혼을 포기하는 비율도 남성 23.37%, 여성은 14.06%이다. 일본 남성 4명중 1명은 결혼을 아예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은 더 심각하다.
한국의 경우(통계청) 초혼평균 연령이 남성은 32.8세, 여성은 30.1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고(故) 게리 베커 교수는 '결혼경제학'을 통해 "결혼을 통해 얻는 만족이 독신일 때 만족보다 크다는 기대가 충족돼야 결혼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지금 시대를 사는 일본과 한국의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얻는 기쁨보다 독신의 삶을 누리는 기쁨이 더욱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