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yes+ Culture] 비극적 러브스토리 3篇.. 치명적인 발레의 유혹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2 17:24

수정 2017.11.02 17:24

불같은 사랑뒤 찾아온 파멸,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집시 여인 카르멘의 유혹, 스페인국립무용단 '카르멘'
바람둥이 오네긴의 비극적 사랑, 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
스페인국립무용단 '카르멘'
스페인국립무용단 '카르멘'

찬바람이 쌩쌩 부는 11월. 서늘해진 기온만큼 마음을 시리게 하는 비극적 러브 스토리가 관객을 기다린다. 봄의 발랄함과 연말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공연들과는 결이 다르다.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 스페인국립무용단의 '카르멘',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 얘기다. 세 발레단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마성의 매력을 가진 주인공들이 주체할 수 없는 사랑에 휩싸여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을 그린다.

■팜므파탈의 치명적 유혹 '안나 카레니나' '카르멘'

가장 먼저 관객의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은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내년 초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문화올림픽 참가작으로, 지난 2014년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이 첫선을 보인 작품의 안무를 들여와 공연한다.
첫 공연 당시 안무와 무대, 의상, 음악의 조화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 고관대작의 부인으로 사교계 유명인사였던 안나 카레니나가 청년 장교 브론스키와 불같은 사랑에 빠진 뒤 파멸을 맞이하게 되는 스토리가 우선 눈길을 끈다.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총출동하는 이번 작품에는 각 커플들의 파드되와 군무가 라흐마니노프, 루토슬라브스키의 음악과 어우러져 다채롭다. 무대를 단순하게 꾸민 대신 영상을 덧입혀 다양한 효과를 줬고, 사교계의 화려한 의상이 돋보여 무용 공연치고는 긴 러닝타임인 125분이 금세 지나간다. 공연은 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0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스페인국립무용단은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카르멘'을 선보인다. 19세기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원곡을 기반으로 한 모던발레 작품. 지난 201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초연돼 안무가 요한 잉예르에게 무용계 최고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자유의 아이콘인 집시 여인 카르멘의 유혹적인 춤과 돈 호세의 맹목적 사랑을 그린 격정과 파멸의 춤이 정삼각형의 프리즘 9개로 구성된 무대 속에서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이번 내한공연에는 수석무용수 카요코 에버하트, 이삭 몬요르, 알레산드로 리가 등 스페인국립무용단 최고 기량의 무용수들이 대거 참여한다. 특히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인도하는 '소년' 캐릭터로는 한국인 무용수 박예지가 출연한다.

■옴므파탈의 비극적 사랑 '오네긴'

국립발레단과 스페인국립무용단이 팜므파탈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주인공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면 유니버설발레단은 바람둥이 '오네긴'을 무대 위로 소환한다. 드라마 발레의 대가 존 크랑코에 의해 탄생한 발레 '오네긴'은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바탕으로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더한 작품으로, 1965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 20여개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사랑받고 있다.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의 사랑 고백을 거절한 후 친구를 죽이고 방랑의 세월을 보내다 뒤늦게서야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타티아나에게 돌아와 구애를 하지만 거절당하는 오만하고 자유분방한 도시귀족 '오네긴'의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를 화려한 기교와 고도의 절제미로 보여준다.


극적인 장치와 풍부한 감정의 내면연기를 담아낸 독무와 2인무를 전면에 배치하고 등장인물의 대립과 갈등을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해 원작의 내용을 잘 몰라도 몰입도가 높은 작품으로 꼽힌다.

마지막 '회한의 파드되'가 이 작품에서 가장 볼 만한 장면인데 극하강과 연속 리프트, 점프 등 고난도 테크닉과 함께 등장인물의 심리를 깊이 있게 표현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 스타였던 황혜민.엄재용 부부의 은퇴 무대가 마련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공연은 오는 24~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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