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비웃음만 산 한국당의 대여투쟁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2 17:29

수정 2017.11.02 22:47

[기자수첩] 비웃음만 산 한국당의 대여투쟁

원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어설픈 대여투쟁에 실소가 터진다.

이득 없는 국회 보이콧 번복은 예고편이었나 보다. 결정판은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연출됐다.

항의 현수막을 든 한국당 의원들은 기립한 채 문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양새만 남겼다. 문 대통령에게 한 방 먹은 셈이다.

문 대통령이 현수막을 든 한국당 의원들에게 걸어가 악수를 하자 국회 정론관에서 이를 지켜보던 기자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북핵 규탄 UN 결의안 기권! 밝혀라'라는 현수막 글귀가 '대통령님 악수 한번 해주세요'로 변경돼 한국당 의원들과 문 대통령의 악수 장면 배경으로 희화화됐다. 당초 로텐더홀에서 항의하려 했던 한국당의 대여투쟁은 본회의장 현수막 전시로 변경됐으나 결국 '악수(握手)만 남긴 악수(惡手)'가 됐다. 무엇보다 한국당의 전략적 선택에 있어 부실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당내에선 이번 세번째 보이콧도 "홍준표 대표가 있었으면 보이콧 했겠나" "정우택 원내대표가 너무 자기장사를 한다"는 비판으로 연결된다. 원내 수장인 정우택 원내대표부터 어색한 전략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당 의원과 장관, 도지사를 지내며 20년 가까이 여당 대접에 익숙한 터라 정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 옷을 처음 입어본 티를 팍팍 내고 있다.

야당 원내대표로서 역할이 몸에 배지 않아 '설득력 있는 강경투쟁'을 이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뿐 아니라 한국당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다수 의원들에겐 야당 타이틀이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어색함은 부실한 국감대응으로 이어졌다.

전 정권과 현 정권이 혼재된 국감에서 파행과 막말만 남긴 채 강한 야당 이미지는 희석돼버렸다. 이러니 107석이 아깝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계속 이 상태로 가다간 덩치만 컸지 제대로 된 여당견제 기능을 상실한 '식물야당'이 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과거에만 얽매이며 이전투구를 벌이는 한국당에 미래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야당이란 옷을 입었으나 과거의 여당 시절에 발목 잡혀 전진하지 못하는 원내 제1야당을 지지할 국민은 없다. 세력 규합에만 눈멀어 자신들의 안위만 따지는 정당엔 낮은 지지율로의 악순환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남은 예산정국에서 한국당이 어떤 무리수를 둘지 우려되는 이유다.

김학재 정치부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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