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車생산 6위국의 자율주행 기술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2 17:29

수정 2017.11.02 22:48

[기자수첩] 車생산 6위국의 자율주행 기술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만난 독일 완성차 업체의 자율주행기술 담당 임원이 말했다. "한국의 자율주행차 도입은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5년 이상 늦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상용화 비전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모터쇼 현장에서 들은 이 말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왜일까. 최근 개도국의 추격에 조금 밀려났지만 여전히 한국은 전 세계 자동차 생산 6위국이자 수출 5위국이 아닌가. 약간은 오기를 품고 이유를 물었다.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제도가 없고, 너무 늦었다.
"

이미 글로벌 업체들은 자율주행차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내연차를 생산해오던 완성차 업체에 테슬라, 구글, 모빌아이, 바이두 등 새로운 플레이어들도 경쟁에 가세했다.

미국, 유럽,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근간으로 자율주행차 생태계 조성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지난 9월 자율주행차산업 육성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연간 최대 10만대의 자율주행차가 자동차 안전기준을 면제받고 운행될 수 있다. 최근에는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이 개정 법안을 발의하면서 이르면 내년 6월부터 미국 일반도로와 고속도로에선 완전 자율주행차의 주행이 가능해진다.

자동차산업의 기존 강자인 유럽은 자율주행차 상용화 로드맵에 따라 2021년 자율주행 3단계 적용을 위한 개발에 나섰다.

이를 위해 다임러, BMW그룹, 폭스바겐.아우디, FCA, 볼보 등이 참여한 'L3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유럽의 자율주행차 표준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중국 정부도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주행 법안을 마련하는 등 자율주행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국가가 민관이 힘을 합쳐 자율주행차 주도권을 잡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한국에선 '개발이 필요하다'는 구호만 보인다.
정부는 뒤늦게 자율주행의 법률적 틀 마련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제도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1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도 미국과 중국에서 진행되는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나 홀로' 살길 모색에 나섰다.
자율주행차가 국내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향후 10년 내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longs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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