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간담회를 통해 본 ‘非커리어 출신 4강대사’ 취임 전 성적표

“내가 왜 됐는지 모르겠다” 불안한 출발
조윤제 주미대사 빼고는 부임 국가 언어 구사 못해
조 대사 역시 외교엔 미숙, 통상 무관한 거시경제 학자
“사드보복 피해 기업에 책임” 노영민 주중대사 구설수


"일본어를 못하지만 통역이 있어 괜찮다."-이수훈 주일대사(10월 25일 기자간담회)

"글쎄 저도 제가 왜 낙점 됐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됐으니 전달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조윤제 주미대사(10월 26일 기자간담회)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한 이유는 중국 사드보복 때문이 아니다. 농부가 밭을 탓할 순 없다."-노영민 주중대사(9월 29일 기자간담회)

지난 1일 우윤근 주러대사 간담회를 끝으로 미.중.일.러 4강 대사가 짧은 '대사 수업'을 마치고 현지로 본격 파견됐다. 청와대는 외교부 혁신 명목으로 소위 '커리어'라고 불리는 정통 외교관들을 배제하고 외교경험이 미진한 정치인과 학자를 4강 대사에 배치해 주목됐다. 하지만 간담회를 통해 본 이들 4강 대사의 취임 전 성적표는 '불안' 일색이다.

먼저 조윤제 주미대사를 제외하고는 해당국가의 기초인 언어를 '물 흐르듯' 할 수 있는 내정자가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노영민 주중대사와 우윤근 주러대사는 이전에 손 댔던 언어를 내정이후 급하게 들여다 보고 있는 수준이고, 이수훈 주일대사는 일본어를 아예 못한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례적"이라고 한다.

그렇다보니 철칙, 철학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수훈 대사는 간담회 중 일본어 구사능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외교를 하는 데 있어서는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식적으로 반드시 통역을 쓴다. 큰 문제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갑자기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영어로 일상적으로 밥 먹고 학교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었다"는 말도 했다. 대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한 언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식 협상장 밖에서 '카운터파트'끼리 마주 앉아 편하게 얘기하면서 양국 현안의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는 것은 외교사 자체가 보여준다. 오죽하면 외교가 안팎에서 "이수훈 대사는 일상 생활을 하거나 식사를 할 때도 통역을 대동하며 일일이 상대방의 대답을 확인할 것인가", "우리가 일본을 포기한 건가"하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을까.

'예측 불가능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대북 대화파인 문재인 정부 간, 안보와 경제전반에 걸쳐 첨예한 이해 관계를 조율해야하는 조윤제 주미대사는 4강 외교에 손대본적 없는 '경제학 박사'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현안이라고 하지만 그가 전공한 '경제'는 통상과 무관한 거시경제다. 마지막까지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물이다. 온화한 성품이나 학문적 능력에 대해선 높은 평가가 나오나 북핵.미사일 고도화와 미.중 관계 변화 등 동북아 정세에 격랑이 이는 엄중한 현재 상황에는 주미대사를 수행하기에 부족함이 지적된다.

실제 본인도 그런 이유로 여러 번 주미대사직을 고사했으나 청와대가 커리어는 무조건 배제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밀어붙이자 당사자도 어정쩡하게 됐다. 조 대사는 간담회 중 수차례 "저보다 더 잘 하실 수 있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면서 "제가 이 쪽(외교)에 전문성을 쌓은 것도 아니고, 식견을 쌓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시기가 엄중하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썼다.

각종 우려가 상존하는데도 청와대가 본인을 낙점한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정직한 메신저' 역할"이라는 소극적 인식을 보였다. 양국의 소통을 위해 정부, 조야 할 것 없이 발 벗고 뛰어야 할 외교현장으로 부임하는 대사의 발언으로는 힘 빠진다.

반대로 노영민 주중대사는 의지를 너무 강하게 불태워 구설수에 올랐다. 간담회 중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로 중국진출 우리 기업의 철수가 이어진다는 지적에 "이마트 철수는 사드와 아무 관계가 없고,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는 (경제 보복 탓이 아닌) 대중국 투자실패"라고 하면서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없다"고 말해 기업인에 책임을 전가했다.

노 대사가 대표하는 문재인 정권의 '대중 저자세' 인식은 그로부터 한 달여 후 발표된 양국 간 사드 관련 합의문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윤근 주러대사의 경우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국회의원 시절에도 러시아와의 우호협력에 앞장섰지만, 외교전문가로서의 자질은 검증받지 못했다. 우 대사도 " 아직 학습이 덜 됐으니 현지에 가서 보겠다"고 말했다. 이쯤되면 4강 대사 인선을 두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했다는 "외교관은 아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인사"라던 비판에 귀가 기울여진다.


외교 역량을 확대해가겠다곤 하지만 아직 우리 외교의 90% 이상은 주변 4강과의 관계다. 특히 북한이 핵능력 완성을 앞둔 시점에 4강 대사들은 상대국과의 밀접하고 빈번하게 협력해가야 한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대사는 공무원들이 깔아준 멍석에 얼굴만 내밀면 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가장 최전선에서 국익을 위해 뛰어야 하는 자리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