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文대통령의 아세안 방문에 거는 기대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5 16:41

수정 2017.11.05 22:31

[특별기고] 文대통령의 아세안 방문에 거는 기대

우리나라 사람들은 필리핀이라고 하면 아름다운 휴양지, 망고.바나나와 같은 맛있는 열대과일, 간간이 보도되는 각종 사건·사고 등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가 요즈음 손님 맞을 채비로 분주하다.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아세안 10개국과 우리나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대화 상대 10개국, 유엔 사무총장 등이 참석하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공항과 회의장은 물론 각국 정상이 투숙할 호텔, 주변 도로 등을 정비·단장하고, 교통체증을 막기 위해 회의개최 기간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는 아세안 창설 50주년에 개최돼 더욱 의미가 깊다. 아세안은 1967년 창설된 이래 '아세안 방식'과 '아세안 중심성'을 기반으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통합을 향해 전진해왔다.
이를 통해 아세안은 개별 회원국들의 국력을 넘어서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강대국들로부터 경쟁적으로 협력을 얻어내는 성과를 이뤄왔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필리핀 방문은 우리 외교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아세안 정상들과 주요 기업인들에게 우리 정부의 대아세안 중시 정책을 새롭게 천명하고 관계를 증진하는 계기로 활용할 것이다. 2016년 기준 아세안은 한국의 제2위 투자대상, 제2위 교역상대이자 제1위 해외 여행대상지다. 또한 6억3000만여명의 인구와 연평균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역동적 시장이다.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핵심 파트너이자 번영의 축이 될 수 있다.

또한 '사람이 먼저'라는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과 아세안의 사람 지향적, 사람 중심적 공동체의 비전이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국민 체감형 협력을 추진, 한국과 아세안의 국민이 더불어 잘사는 평화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둘째, 우리의 전통 우방인 필리핀과의 관계가 더욱 발전할 것이다. 필리핀은 아세안 회원국 중 첫 번째로 우리와 수교했고, 6·25전쟁에 파병한 혈맹이다. 1억명 이상의 인구와 연 7%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는 시장이며, 특히 작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연간 약 150만명의 한국인이 방문하는 관광지이며, 9만여명의 우리 재외국민이 거주하는 곳이다. 문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나 인프라·방산 분야 등의 협력을 논의하고 우리 국민의 안전 관련 협력도 강화할 것이다.

셋째, 북한 핵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장이 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 의장인 두테르테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대해 김정은이 '위험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고 강력히 규탄했고,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회의기간 북한 핵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다시 한 번 설명하고, 참가국들의 지지와 협력을 재확인할 것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이번 아세안 방문이 우리와 아세안과의 관계를 격상하는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재신 주필리핀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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