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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홍준표 대표가 원하는 ‘강한 원내대표’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5 16:42

수정 2017.11.05 16:42

[차장칼럼] 홍준표 대표가 원하는 ‘강한 원내대표’

"야당 원내대표는 단순 무식하게 밀어붙이는 야성이 강해야 한다." "야당 원내대표의 롤모델은 이재오 전 의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미국 내 전술핵 재배치 여론전 확산을 위해 방미 중인 지난달 말 한 만찬에서 한 말이다.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는 연말쯤 있을 예정이다.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의해 선출되지만 적어도 차기 원내대표의 역할과 위상과 관련, 홍 대표의 '의중'을 드러낸 간접적 표현인 셈이다.

박근혜정권의 몰락과 함께 1호 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 지우기를 본격화한 만큼 원내 제1 야당으로서 문재인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에서 제1 야당 원내를 진두지휘해야 할 원내대표의 기본 자격쯤으로 이해된다.

차기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책무 중에는 바른정당 등과의 보수 대통합 완료를 비롯해 적폐청산, 방송법 및 민생법안 처리, 새해예산안,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 개헌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난 문재인정부의 공과를 따지기에 앞서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사회 곳곳에서 개혁 강공 드라이브가 걸리는 상황에서 원내 제1 야당으로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견제와 건전한 비판세력으로서 자유한국당의 역할을 강조한 말로도 들린다.

홍 대표가 말한 '단순 무식' '강한 야성' 등에 함축된 차기 원내대표의 역할은 우선 '강한 리더십'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원내 협상력을 주도하기 위해선 '관리형'보다는 '투사형'에 가까운 인물이 차기 원내대표로 적합하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당 대표가 전체적 국정 주도권을 놓고 문재인정부의 당정청과 대립각을 세우며 전반적인 투쟁의 흐름과 방향성, 기조,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면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다양성을 강한 리더십으로 녹여내 일사불란한 원내 통솔력을 유지, 강력한 투쟁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재인정부 2기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강한 대(對)정권 투쟁을 예고한 것이다.


홍 대표로선 현재 방송법 개정을 놓고 첨예한 갈등전선에 내몰린 가운데 적폐청산, 예산안, 민생법안 등에서 밀릴 경우 원내 제1 야당으로서 투쟁력을 상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쟁취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강한 야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문재인정부 5년 내내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을 느낀 홍 대표가 차기 원내대표상을 제시, 과거 보수정권 10년을 거치면서 다소 약해진 야성 DNA의 부활을 주문한 것이다.


홍 대표의 언급이 차기 원내대표감의 절대적 '필요충분조건'은 아니겠지만 혹독한 야당 생활을 감내해가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필승하기 위해선 강한 원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투표권자'인 소속 의원들의 판단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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