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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 "도널드"와 "대통령님"

호칭은 거리감을 상징한다. 국가원수끼리 호칭도 그렇다. '한.미' '미.일'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칭은 깍듯하게도 "트럼프 대통령님"이다. 정상회담에 배석한 청와대 인사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을 향해 "문 대통령님(President Moon)"이라고 칭하는데 이따금 "재인"이라고 부른다. 그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응답은 "트럼프 대통령님"이다.

청와대 한 핵심 참모는 "대통령께 '도널드'라고 불러보라고 권해보겠지만 대통령님 성격상 응하시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대선후보 시절이나 청와대 입성 이후에도 아무리 가까운 사이더라도 하대하지 않고 OO씨, OO비서관이라고 부르며 철저하게 존대하는 문 대통령의 평소 성미로 볼 때 한.미 정상 간 '말 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신조!" "도널드!"라고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퍼스트 네임을 부르는 것은 미.일 밀월관계의 상징이고, 일본이 지향하는 정상외교의 달성이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의 찰떡궁합을 상징했던 '론-야스' 시대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레이건 정부 당시 일본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냈던 플라자합의가 이뤄진 걸 보면 그토록 진한 밀월관계가 늘 옳았던 것만은 아니나 론-야스 시대의 회귀는 분명 한국엔 위기다. 아베의 "도널드"라는 호칭은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는 경고음으로 들린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아직까지는 오락가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백악관 공동 언론발표 현장에서 문 대통령을 옆에다 세워놓고 양국이 합의도 하지 않은 방위비 분담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를 꺼내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 그리곤 공동성명이 나오든 말든, 초청된 문 대통령을 워싱턴에 남겨놓고 골프를 치러 떠났다.

한 핵심 여권인사는 이날의 행동을 놓고 "푸틴보다 더 무례한 트럼프"라고 치를 떨었다. 이 인사는 "푸틴 대통령은 그래도 우리 대통령 방러기간 중 극진히 예를 다 했다. 중.러가 제안한 쌍중단(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북핵 동결선언)도 마냥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한번 생각해볼 만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적 환대와 무례가 일국의 전략적 판단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아찔한 장면이었다.

지난 9월 뉴욕에서는 조금 다른 장면이 연출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중간 문 대통령의 손을 덥석 잡더니 "터프해서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 미 백악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일부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이 문 대통령에게 '존경심'을 갖게 됐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대북정책에 대한 일관성 있는 소신 때문이라고 한다. 모두 코리아 패싱 논란이 있을 때마다 청와대가 반박성으로 들려준 얘기들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이 "도널드!"라고 부를 만한 기회는 많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유일한 식사 자리는 7일 국빈만찬 한 번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2박3일간 골프회동을 비롯해 총 4차례 공식·비공식 식사를 하는 것에 비하면 접촉기회 자체가 적은 것이다. 그나마 한 번뿐인 식사 자리도 수십명의 경제인과 양국 참모진에 둘러싸여 K팝, 전통문화 공연 등 쇼를 관람하면서 든다고 한다.

거대한 청와대 영빈관 홀, 쇼가 펼쳐지는 자리에서 무슨 내밀한 얘기가 오가겠는가.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