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공탁법 개정안에 거는 기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6 16:58

수정 2017.11.06 16:58

[특별기고] 공탁법 개정안에 거는 기대

'로마법대전'에는 포도주의 매도인이 수령을 거부하는 매수인의 주소에 포도주를 가지고 가서 수령을 독촉한 다음 이를 던져 넣어 채무를 면하는 포척(抛擲·derelictio) 규정이 있었다. 또 매도인이 그 판매대금을 확실한 공공창고에 맡겨 안전한 보관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규정도 있었다. 이런 규정들이 오늘날 공탁제도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형사공탁 제도는 민사상 변제공탁의 변형된 형태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원만히 되지 않으면 일정 금액을 법원에 납부해 피해회복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가해자는 수사 또는 재판과정에서 양형을 참작받게 된다.


그런데 형사사건의 경우 민사와 달리 공탁을 받는 사람이 범죄피해자라는 특성 때문에 그 인적사항을 알기 어렵도록 되어 있다. 특히 '특정범죄 신고자 등 보호법'이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는 범죄신고자나 피해자의 인적사항 등 신원을 철저히 보호하도록 규정돼 있다.

공탁을 하려면 공탁서에 공탁을 받을 피해자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돼 있다. 그 결과, 가해자는 법원의 주소보정 제도를 악용하거나 불법적으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내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거나 협박하는 일 등이 종종 벌어지곤 했다.

그래서 요즘은 성범죄 사건 등의 경우 아예 주소보정 제도를 활용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고, 공탁을 위해 법원에 피해자 인적사항 조회를 요청하면 여지없이 거부당하고 만다.

결국 성범죄 사건 등의 경우 형사공탁제도는 사실상 사문화돼 공탁을 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요즘 대한변협과 일부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쳐 이러한 답답한 현실을 타개하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고 한다. 바로 공탁법 개정안을 발의해 형사공탁의 특례를 만들어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즉 피고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기 어려울 경우 인적사항 대신 형사사건의 법원 사건번호를 적도록 하는 안이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는 가해자의 합의 종용이나 협박 등 2차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가해자도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여기서 바로 형사사법의 균형적 접점이 이뤄지게 된다.


김주원 법률사무소 온세 대표변호사

※외부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