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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지방분권의 전제조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6 16:58

수정 2017.11.06 16:58

[fn논단] 지방분권의 전제조건

신정부 들어서 지방분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 절반이 수도권에 편중 분포되어 있고, 정치 및 경제의 중앙집중으로 인해 수도권은 교통환경 등의 과밀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반면 지방은 일자리, 교육, 문화, 의료 등에서 소외되고 인구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지방분권 강화의 필요성을 대변한다. 그렇지만 명목상의 분권이 아니라 실질적 분권이 가능하기 위한 인적.물적 토대에 대한 전반적 변화 없이 헌법이나 법령 개정만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유럽 국가들이나 일본과 같이 지방자치가 빠르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의 역사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중세 봉건시대의 성(城)을 중심으로 하는 장원경제에 기초해서 각 지역의 작은 정부가 먼저 존재했고, 중앙정부는 근대적 국가가 형성되면서 나중에 성립됐다. 반면 우리는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한 이후 중앙집권을 강화했고, 조선이 건국되면서 중앙집권 체제가 더 굳어졌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민주화되면서 개념적 지방자치제를 인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지방분권의 필요성이 강했다면 현재와 다른 결과가 됐을 수도 있다. 우리는 국토면적이 10만㎢ 불과한 곳에 5000만명 넘는 인구가 살고 있다. 수도권 집중 이전에 우리나라 자체가 과밀한 국가다. 지속적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도서벽지를 제외하면 전국이 1일 생활권을 넘어 한나절로 단축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각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전체 국민이 동시에 보고 듣고 생각한다. 중국의 성(省) 한 개보다 작은 국토면적과 인구를 가진 국가라는 점에서 과거 교통과 통신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의 틀에서 지방자치를 봐서는 안 된다.

지방분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방의 경제력과 재정력이 먼저 견고해야 한다. 지방재정 자립도를 보면 2016년 결산 기준으로 전국 평균이 55.8%에 불과하다. 재정자립도가 70%를 넘는 시도는 서울, 경기, 울산 세 지역밖에 없다. 대부분의 도 지역이 50%에도 못 미친다. 행정안전부는 자치분권 로드맵(안)에서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현재 8대 2에서 7대 3으로, 임기 내 6대 4로 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방 간 경제력 차이가 심각한 현실에서 명목적인 분권 강화는 지역 간 격차를 오히려 확대시킬 소지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지자체가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 지방소비세나 지방소득세를 인상하면 좋아할 주민이 얼마나 될 것인가.

지자체 간 격차는 인적.물적 규모의 차이에서 원천적으로 발생한다. 경기도와 같이 인구가 1200만명 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강원도와 같이 200만명이 안 되는 곳도 있다. 시도와 시군구로 중첩적으로 돼 있는 수직적 지방행정 조직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한편 지방분권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권한만 이양받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권한에 따르는 책임도 함께 이양받게 된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대리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닌, 자립적 주인의식을 가지고 권한과 책임을 함께 수행할 준비가 돼 있어야 지방분권이 확립될 수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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