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통신료를 왜 ‘사회적 기구’서 논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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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장 끼어들면 민간혁신 꺾일 수밖에

통신요금 인하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통신요금 사회적 논의기구가 오는 10일 첫 회의일정을 잡고 출범 채비를 마쳤다. 약 100일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이 기구는 요금부담을 확 낮추는 보편적 요금제, 단말기 판매망과 통신사를 완전히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등을 주로 논의할 예정이다.

서민 부담을 덜겠다는 정부의 고민은 이해한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민간기업이 시장경쟁을 통해 정해놓은 가격을 정부가 나서 조정하려 들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 논의기구에 투입되는 것도 우려스럽다. 각 업계 대표와 소비자 관련단체 대표뿐 아니라 정부부처 관련 인사, 국회 여야가 추천하는 인사들까지 논의에 참석할 것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되면 효과적 결론 도출도 어려울뿐더러 자칫하면 정치권의 입김이 들어간 표심잡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논의기구가 법 개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권마다 통신요금 인하를 고집하는 이유는 통신서비스를 공공재로 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이동통신 서비스가 사실상 필수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비스를 위한 투자비용은 대부분 업체들 주머니에서 나왔다. 전국에 깔린 중계기에도 막대한 돈이 들지만 이통사들은 정부로부터 막대한 돈을 주고 주파수를 사들여왔다. 정부가 결코 싼 가격으로 팔지도 않았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가 주파수 경매로 사들인 지출비용은 2조1000억원, 지난 2013년에도 주파수 구입에 2조4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이렇게 각사가 형성한 시장가격에 정부가 손을 대려면 그만 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이통사의 통신품질 향상에 정부가 세금 혜택 등 재정적 기여를 하지 않았다면 서민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만으로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정당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서비스 품질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격 인하로 수익이 줄면 미래투자에도 타격이 온다.

통신요금 인하는 매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선 후보가 내놓는 공약 중 하나다. 민심을 잡기엔 좋지만 시장을 인위적으로 재단하려는 시도는 부작용이 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통신료 1만1000원 인하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논란 끝에 폐기 수순을 밟았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역시 통신요금 인하 논의를 부추겼지만 시장의 반발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차세대 통신망인 5세대(5G) 투자경쟁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은 민간기업의 혁신을 꺾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