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문화예술정책에 큰 그림이 없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6 17:03

수정 2017.11.06 17:03

[기자수첩] 문화예술정책에 큰 그림이 없다

"점점 불안한 구석도 있어요. 내년 초 평창동계올림픽 지날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을 것 같은데…."

취재를 다니면서 문화예술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종종 듣곤 하는 얘기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됐다. 정권인수위원회 없이 촉박하게 국정에 임하면서 다소 우려가 있었지만 '전보단 낫겠지' 하는 생각에 많은 이들이 신뢰를 보냈다. 무엇보다 문화계에서는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 청산작업에 열띤 지지를 보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민관이 합동으로 조직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도 꾸준히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열정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처가 있는 곳을 제대로 치료하려는 의지에는 큰 이견 없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우려도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6개월이 지났는데 정부가 내놓아야 할 구체적 비전이나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큰 그림이 없다는 것이다. 거기에 문체부 산하 기관장들의 인선도 늦어지고 있다. 현재 33개 공공기관 중 기관장이 공석인 곳만 해도 13곳이다. 임기를 넘어서 자리를 유지하거나 내년 1·4분기 안으로 만료되는 곳도 10여곳이니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추석 즈음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지만 한 달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이 와중에 동계올림픽 개막은 100여일도 남지 않아 거기에 모든 이목이 쏠리다 보니 기관장 인선도, 정책 슬로건 수립도 너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 이 시기에 딱 알맞는 정책 슬로건을 제시하고 신중하고 꼼꼼한 검증을 통해 기관장을 인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신중함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지난 10여년 위기에 내몰린 문화예술계가 회복할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이해에도 한계가 있다. 사람들은 기다리는 데 지쳤다.

정책 슬로건 발표와 기관장 인선이 지연될수록 적시에 공급돼야 할 예산 배분도 늦어진다.
지난 정권이 세워놓은 틀 안에서 해를 넘기면 내년 열두 달도 실상은 지난해와 다를 바 없어진다. 바꾸고 개혁하겠다고 말만 하고 오히려 빈 구호를 외치게 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문화예술계가 달려가야 할 푯대를 세우는 일에 박차를 가하길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