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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주인 만날날 기다리는데 3마리중 1마리는 '안락사'[반려동물도 가족이다]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6 18:07

수정 2017.11.06 18:21

fn-동물복지 국회포럼 공동 연중캠페인
3.동물유기 범죄입니다 (2)구조 이후의 삶은
버려진 반려동물, 보호센터에만 9만마리.. 보호소 들어오는 순간 사실상 '시한부'
주인 안나타나면 순서대로 안락사 절차.. 무고한 죽음 막으려면 입양이 최선
일부 국가에선 반려동물 판매 법적 금지.. "입양절차 강화해 유기 막아야" 의견도
새주인 만날날 기다리는데 3마리중 1마리는 '안락사'[반려동물도 가족이다]

반려동물 유기가 문제가 되는 또 하나는 버려진 뒤 구조가 되더라도 대부분이 안락사, 이른바 살처분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연간 9만마리 안팎의 반려동물이 유기 또는 유실되며 3마리 중 1마리꼴로 새주인을 찾지 못한 채 보호센터에서 안락사 처리된다. 버려진 동물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공고 후 열흘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 소유가 된다. 입양하는 이가 없다면 동물보호소도 언제까지나 이 동물을 맡아서 키울 순 없다. 보호소 입소 순간 유기동물은 한 달짜리 시한부 생명이 된다.

■유기 반려동물 연 9만마리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기된 동물은 8만9732마리에 달한다.
하루 245마리가 보금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린 셈이다. 전년도에 비해 약 10%(7650마리) 늘었다. 이 수치는 시.도 관할보호소에 들어온 유기동물만 집계한 것으로, 구조되지 않은 유기동물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연간 20만~30만마리에 달할 것으로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추정한다. 올 들어서도 지난 7월까지 집계된 유기동물이 5만3453마리에 달한다. 이 속도라면 지난해 8만9732마리보다 많은 9만마리를 훌쩍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2014년까지만 해도 유기동물이 8만1000마리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년 만에 11% 이상 증가한 셈이다.

반려동물 유기는 대부분 휴가철에 이뤄진다. 동물권단체 케어가 2014~2016년 유기동물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체 유기동물의 30% 정도가 휴가철이 낀 6∼8월에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1만2087마리), 서울(4758마리), 부산(4209마리) 등이 많았고 강원도, 제주도에서도 각각 2580마리와 2351마리가 버려졌다. 이렇게 버려진 동물 가운데 십중팔구는 죽음을 맞는다. 당장 올해만 해도 버려진 동물 5만3453마리 중 1만8268마리(34.2%)는 자연사했다. 여기서 자연사란 늙어 숨지는 경우보다는 병들어 다친 몸을 치료받지 못해 죽는 사례도 포함된다. 후자가 훨씬 많다. 치료비를 감당 못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에 살고 있는 1만1930마리(22.3%)의 동물도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20조에 따르면 유기동물은 공고 후 열흘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지자체 소유가 되고, 시설이 꽉 차면 순서대로 안락사한다. 지난해 전국 동물보호소의 평균 보호기간은 30일이었다. 실제 지난해 전국에서 버려진 개 1만4865마리, 고양이 2881마리, 기타 동물 78마리가 안락사됐다. 전체 유기동물의 19.9%였다. 유기동물 안락사 비율은 제주도가 37.17%로 가장 높았고 대전(22.99%)이 뒤를 이었다. 동물보호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두 지역 모두 지자체 운영 동물보호소가 1곳뿐이다. 다음으로 유기동물 안락사율이 높은 곳은 서울(20.37%)이다. 2011년 이후 안락사율 30%대를 유지하던 서울은 지난해 20.08%까지 줄었지만, 자연사율을 합하면 사망률은 43.59%대까지 치솟는다. 2020년까지 사망률을 5%대로 줄이겠다던 '동물복지계획 2020'(2014년 발표)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5마리 중 4마리는 죽음...입양률은 3.8%

유기된 동물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입양을 늘리는 것이다. 문제는 입양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정작 자신이 반려동물을 들일 때엔 입양을 꺼린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반려동물 등록제를 강화해 반려동물 유기를 억제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녹록지 않다.

실제 2015년 정부가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물보호에 관한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93.2%가 유기동물 입양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서울시 '반려동물 취득경로 통계'를 보면 지난해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한 사람 중 유기동물을 입양한 경우는 3.8%로 오히려 전년보다 줄어들었다.

때문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반려동물 입양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 들어 발생한 유기동물 5만3453마리 중 1만4404마리(26.9%)가 새 주인을 찾았다. 1인 가구 비율이 29.1%로 전국 평균(27.2%)보다 높아 반려동물 수요가 많은 세종(유기동물 입양률)이 36.79%로 전국 1위다. 세종시의 입양률이 높은 이유는 반려동물 수요는 많은데 판매처가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종은 반려동물을 많이 찾는 40대 이하 비율이 68.3%로 전국 1위인 데 반해 동물판매업체는 10곳뿐이다. 입양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독일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은 이런 효과를 노려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동물보호단체들은 유기동물 입양 역시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또다시 파양되거나 유기될 위험이 있다"며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경우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는지, 어느 공간에서 키울지 등 현실적인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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