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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관운과 악운 사이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7 17:20

수정 2017.11.07 17:20

[차장칼럼] 관운과 악운 사이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저 사람은 관운이 있어"라는 말을 듣을 때가 있다. 관운(官運)이라고 하면 쉽게 말해 높은 자리에 턱턱 잘 올라가는 타고난 복을 말한다.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진짜 관운이 있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승진은 아예 접어두고 살던 사람이 갑자기 희한하게 운이 맞아떨어져 임원으로 올라가는 사례들을 기업체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주 오래전 일인데, 1990년대 초반 율곡비리라는 게 터졌다. 요즘에 시끄러운 방산비리랑 비슷한 사건이었다.
군 전력 현대화사업인 율곡사업에 관련된 장성들이 뇌물을 받아 검찰에 기소된 일이다.

그때 지인의 부친께서 마침 현역 군인이었다. 진급은 초저녁에 제쳐두고 예편 후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율곡비리가 터지면서 그분 상급자였던 장성 서넛의 목이 하루아침에 날아갔다. 누군가는 그 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졸지에 지인의 부친이 1순위가 됐다. 그분은 생각지도 않다가 어깨에 별을 달게 됐고, 지인은 몇 년 뒤에나 가겠다던 군대에 곧바로 자원 입대했다.

이 관운이라는 것이 극적이려면 반전이 있어야 한다. 누가 봐도 잘될 것 같은 사람이 안될 때나 그 반대의 경우에 관운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한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관운이 있다면 있는 사람이다. 지난 미국 대선 직전에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선거 결과에 따른 증시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힐러리가 당선됐을 때에 대한 답변들은 충실했는데, 트럼프 당선을 가정한 질문에는 하나같이 한두 줄짜리 답이 달렸다. 큰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데 뭐하러 공들인 분석을 내놓겠느냐는 분위기였다. 선거 결과가 나온 후 설문을 토대로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들이나, 답변을 보냈던 리서치센터장들이 당황했다는 것은 재미 없는 기억이지만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관운이라고 하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을 법하다. 희대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 봇물처럼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금융권 출신 한 인사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기대하고 있던 자리에 내정됐다는 말이 이미 한참 전부터 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이들에게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런데 한 번 고배를 마시고 두 번째 도전이다.

이번에도 분위기는 좋았다. 공공연하게 먼저 인사치레를 건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는 옷깃을 여미고 또 여몄다. 그런데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혀 의외의 인물이 그 자리에 거론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번 정권 들어 자주 등장하는 깜짝 인사가 여기서도 되풀이되려는 모양이다. 아직 결과는 모른다.
지금 그에게는 악운이 아니라 관운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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