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취임 6개월 文대통령 성적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6개월을 맞는다. 60개월 임기의 10분의 1이 지난 셈이다. 탄핵된 대통령의 뒤를 이어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했지만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지지율은 여전히 70% 안팎을 오르내린다. 기저효과라며 깎아내릴 필요도 없다. 박수 받고 떠나는 첫 대통령이 나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경제 성적표는 눈부실 정도다. 주식시장은 2000선을 돌파한 지 10년 만에 2500선을 넘어섰고, 무역규모는 3년 만에 다시 1조달러대가 보인다. 3.4분기 경제성장률은 1.4%로 3년 만에 최고다. 11년째 2만달러대에서 머물던 1인당국민소득(GNI)은 3만달러 진입에 파란불이 켜졌다. 올해 연간 성장률 3%가 확실한데다 원화 강세까지 겹쳐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하나둘이 아니다. 쏠림현상 때문이다. 수출 호조는 반도체 등을 빼면 딱히 내세울 게 없다. 내수와 투자는 생각만큼 받쳐주지 않는다.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고 청년실업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외환위기 20년이 되는 해에 일본식 장기불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설문조사에서 한국 경제 상황이 '냄비 속 개구리'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에 경제전문가 88.1%가 공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위기의식을 가졌는지 의문이다. 일자리정부를 내걸었지만 정책은 역주행한다. 세계 흐름과 배치되는 법인세 인상카드를 꺼냈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사업자는 일자리를 줄일 궁리를 한다. 사람 대신 자동화기기가 그 일을 대신한다. 임금 축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중소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후보 시절 공약들을 앞뒤 재지 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서다. 정부 정책은 동전의 앞뒷면 같아서 이득을 보는 쪽이 있으면 피해를 보는 쪽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경제정책은 더 그렇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식에서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가장 와닿는 말이다. "소통하는 대통령으로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고 능력과 적재적소의 인사원칙을 세우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주 두번째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는 취임 당일 입었던 감색 양복을 다시 입고 넥타이도 같은 색을 맸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이 초심에서 멀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두의 대통령보다는 지지해준 사람만을 위한 정책이 춤을 춘다. 원전, 대기업, 다주택자 등은 모두 악이고 적폐인가. 적재적소 인사원칙은 간데없고 비전문가 낙하산부대가 판을 친다. 차관급 이상 7명이 낙마했음에도 '내로남불'은 여전하다.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 때문이다.
적폐를 청산하려면 나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동서고금의 진리다. 문 대통령도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게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으려면 이벤트성 행사보다 초심을 잃지않는 게 중요하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