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권력으로부터 자유’ 선언한 국민연금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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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이사장 7일 취임.. 정치권 간섭 방어막 돼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7일 취임식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간섭과 개입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우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도 했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박근혜정권 아래서 국민연금은 1988년 설립 이래 가장 큰 곤욕을 치렀다.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고, 전임 이사장은 구속됐다. 덩달아 신뢰도는 땅으로 떨어졌다. 김 이사장은 내년 30주년을 맞는 상처투성이 국민연금을 다시 일으켜 세울 의무가 있다.

김 이사장이 공단 이사장으로 지명됐을 때 여론은 썩 좋지 않았다. 그가 정치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했다.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특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정치인이지 연금 전문가는 아니다. 6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에 속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이 돈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진다. 그래서 이전 정권에서도 공단 이사장 자리는 통상 연금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그 점에서 김성주 이사장 체제에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문재인정부는 국민연금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예컨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국민연금이 임대주택 사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 최근엔 코스닥 상장사에 연기금이 더 활발하게 투자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가 오간다. 이는 안 될 말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왜 임대주택이나 코스닥에 투자를 꺼리는가. 리스크가 큰 반면 수익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분야에 국민 노후자금을 투입하는 건 연기금 투자의 ABC를 무시하는 꼴이다.

우리는 행여 김 이사장이 문재인정부 국정철학에 맞춰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남긴 교훈이 뭔가. 그것은 정치가 국민연금에서 일절 손을 떼라는 것이다. 정부든 정권이든 국민연금에 손을 대면 큰코 다친다는 걸 우리는 똑똑히 봤다. 임대주택이든 코스닥 투자든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투자 여부는 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게 상책이다. 국민연금 노조는 김 이사장 취임을 환영했다.
그가 실세 정치인답게 외부 압력을 막아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김 이사장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를 선언했다. 그 말이 진심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