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법조비리 판사 사건번호 알려달라"..김수천 재판받은 피고인 2심도 승소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8 14:20

수정 2017.11.08 14:20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1·2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김수천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에게 재판을 받았던 피고인이 재심 청구를 위해 "김 전 부장판사의 형사재판 정보를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항소심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김모씨가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상대로 낸 김 전 부장판사의 형사재판 '사건번호'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사건번호란 법원에 사건이 접수되면 붙는 고유번호다. 사건번호를 알고 있다면 대법원 사이트 검색 등을 통해 재판일정을 비롯해 담당 재판부·사건명·피고인·변호인·검사 등 재판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다.

김씨는 변호사 자격증을 빌려 개인회생·파산 등 사건을 직접 맡아 18억원에 이르는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4월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김씨는 인천지법 형사1부가 맡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당시 항소심의 재판장은 김 전 부장판사였다.

그러나 올 1월 김 전 부장판사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 따르면 판결에 관여한 법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으로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됐을 때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김씨는 "재심을 청구하기 위해 사건의 확정 여부와 시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법원에 김 전 부장판사의 형사재판 사건번호를 알려달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이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사건번호는 재판에서 심리하는 구체적인 쟁점이나 실체적 내용과는 무관해 진행 중인 재판 심리나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는 정보로 보기 어렵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사건번호는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건번호 검색으로는 해당 사건의 일반적인 사건진행내용과 피고인·변호인·검사의 이름만을 알 수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사건번호 공개를 통해 김씨가 재심청구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사건번호를 통해 증인 등 사건관계인의 이름을 알 수 있더라도 이들과 접촉해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편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부장판사는 1심에서 징역 7년을, 2심에서는 뇌물수수 혐의가 무죄로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