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문재인케어, 제약산업 미래 꺾진말아야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8 17:24

수정 2017.11.08 17:24

[특별기고] 문재인케어, 제약산업 미래 꺾진말아야

'보장성 강화와 제약산업 육성' 택일의 성격이 아니다.

문재인케어의 핵심은 치료비가 없어 생명이 소멸되는 재앙과 같은 상황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해 개선하자는 것이다. 국민 건강은 의약품을 개발·생산하는 제약산업의 지향점과도 맥을 같이한다. 문재인케어의 취지와 시행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향후 이행 과정에서 협력을 아끼지 않을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아무리 양보해도 문재인케어 시행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으로 거론되는 약품비 절감방안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중 공식화된 바 없으나 시행 가능성을 안고 있는 총액관리제는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약품비에 상한선을 설정, 초과분에 대해 제약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약가제도로, 비용을 줄여 건보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의 약가규제가 미래 유망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제약산업의 도약을 구조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제약산업은 선진국에 신약기술을 이전할 정도로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아직 내수 비중이 높고,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하기에는 자본력에서 절대적 열세에 놓여 있다. 정부와 연구기관 등 각계가 국가 차원의 역량을 결집시켜야 하는 전략적 육성분야로 제약산업을 꼽는 이유다.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제도와 보장성 강화를 위해 약품비 절감 등의 비용규제는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약품비에 메스를 대 비용을 줄이고자 한다면 정확히 약품비의 어떤 대목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는지 명확한 원인 분석이 우선이다. 건강보험에서 약값으로 지출되는 약품비는 의약품의 가격(약가)에 의약품 사용량을 곱한 결과값이다. 약의 가격이 비쌀수록, 의약품을 많이 사용할수록 재정지출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약품비가 건강보험 재정에 주는 부담은 과거에 비해 덜하다. 건보 재정 중 약품비 비중은 2011년 29.2%에서 2013년 26.1%로, 2016년에는 25.7%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비중은 감소했지만 금액은 증가세다.

그렇다면 약품비를 증가시키는 주된 요인은 무엇일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약품비 증가 요인을 분석한 결과 80% 이상이 사용량에 기인한다. 약가에 따른 영향은 17.5%에 불과했다. 가장 최근 자료(2012~2014년)를 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이 기간 약품비 증가치(6.61)는 100% 의약품 사용량에서 비롯됐다. 반면 약가요인은 마이너스를 기록, 약품비 증가세에 제동을 걸었다. 더 이상 약가를 '건보재정 소진의 주범'으로 몰아붙여선 안 되는 이유다. 손쉬운 약가인하 일변도 기조에서 벗어나 보다 효율적인 재정절감을 위한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과한 걸까.

건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은 언제든 수용 가능하다. 그러나 비상식적 약가정책은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뿐더러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스스로의 국정과제와도 정면 배치된다.
당장 먹을거리가 없어 밭을 가는 소를 잡아먹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국민건강을 지키려는 보장성 강화와 미래 국가경제를 주도할 신산업 육성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중대 가치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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