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차기 금투협회장 선임에 쏠린 눈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않겠습니까. 다음 생애에는 어렵게 직장생활 하지 않고 관직에 진출해 모피아로 살고 싶습니다."

전직 금융권 임원 출신인 취재원이 최근 만난 기자에게 대뜸 이렇게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투명인사를 강조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주요 협회 등 유관기관엔 유독 모피아(재무관료와 마피아 합성어) 인사들의 자리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선임된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 김용덕 신임 손해보험협회장,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유력 인사로 거론되는 홍재형 전 부총리, 김창록 전 산업은행 회장 등 그야말로 '모피아 전성시대'라는 말이 걸맞을 정도다.

더욱이 정지원 이사장을 제외하곤 대부분 70대 전후의 고령 인사들이다. 핀테크, 가상화폐, 인공지능(AI)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아무리 노련미가 뛰어난 '올드보이'라고 한들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서는 게 사실이다.

금융권에 이미 진을 친 올드보이 인사들에 이어 자본시장 업계의 다음 관심사는 차기 금투협 회장에 쏠려 있다.

황영기 회장의 임기가 내년 2월로 다가왔기 때문에 새 회장의 선임 절차 3개월을 앞두고 내달 중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도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보험 등 금융 관련 협회장들과 달리 금융투자협회장은 자본시장업계 200여개 넘는 정회원사들의 1사 1표제로 투표하는 선거자리다. 때문에 정치적 이권이나 낙하산 그늘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대표적인 자리로 꼽힌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근래 물(?) 먹은 모피아 인사들이 차기 금투협회장을 노린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초대형IB, 헤지펀드, 모험자본 육성 등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업계는 또 한번 재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인사는 만사다. 금융업은 철저히 맨파워가 중심이다. 더욱이 자본시장 업계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이해관계에 대해 대정부와 당국을 상대해 회원사들의 입장을 대변해줘야 하는 협회장 자리는 기존처럼 독립적인 자율경쟁 체제로 진행되는 것이 옳다.

과거 금융권 낙하산 인사로 인한 민관 유착의 대표적인 폐해로는 수많은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녹인 저축은행 사태를 비롯, 동양 사태 등이 꼽힌다. 최근엔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연루된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의혹도 연일 질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그간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 사건엔 모피아 등 낙하산 고위직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신정부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적폐의 핵심이야말로 관치금융이다. 관치와 모피아는 한배를 탄 사이일 수밖에 없다.

선진 금융의 요람으로 꼽히는 자본시장 업계, 그리고 업계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맏형인 금투협회장 자리엔 모피아 등 낙하산 인사보다 그에 걸맞은 시장중심형 인재가 등용돼야 할 것이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