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초대형 IB 육성, 꾸물거릴 여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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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C씨를 만났다. 더불어민주당에 몸담고 있는 정책통으로, 특히 자본시장 분야에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 금융당국의 초대형 투자은행(IB) 단기금융업 인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나머지 증권사에 대한 인가도 빨리 마무리해서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이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모험자본 공급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자금공급에 증권사가 나서줘야 한다고도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사실 은행은 그동안 예대마진으로 떨어지는 수익만 챙기지, 중소기업 지원에는 등한시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오죽하면 기업 경영자 사이에서 '은행은 고리대금업자와 같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하여튼 금융당국의 초대형 IB 단기금융업 인가로 초대형 IB 시대의 첫 단추를 끼웠다. 은행으로부터 소외됐던 신생 벤처기업들에는 자금공급 통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초대형 IB 발행어음 업무 인가까지 떨어졌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 때문에 초대형 IB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발이 묶여 있는 '이상한 상황'이 됐다. 국회에서 논의됐던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아직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법안을 다루는 정무위원회에서도 의원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초대형 IB의 신용공여한도를 100%에서 200%로 확대하되 기업 신용공여에 한해 100% 할당하고 나머지를 개인신용융자, 헤지펀드 융자 등에 할당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은행권의 반발도 문제다. 은행연합회는 9일 "증권사의 초대형 IB에 대한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보류해 달라"고 보도자료를 뿌렸다. 은행연합회는 "상품을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기업에 대출해주는 것은 은행 업무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영업은 초대형 IB 육성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재 분위기로는 은행과 증권업계의 대립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들에 대한 인가 지연도 초대형 IB 출범에 걸림돌이다. 초대형 IB 선정과 인가 절차는 당초 지난 4월에 예정됐으나 이후 10월로 한 차례 연기됐고, 다시 11월로 미뤄졌다가 1곳만 선정됐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데다 1곳만 인가된 상태여서 출발부터 '반쪽짜리 초대형 IB'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초대형 IB가 제대로 시장에 정착하려면 정치권과 금융당국, 시장의 도움이 절실하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 통과와 금융당국의 신속한 인가가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우버'나 '배달의 민족' 같은 혁신적이고 성장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한 뒤 투자수익 회수는 물론 기업공개(IPO) 지원, 경영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나와야 되지 않겠나.

shin@fnnews.com 신홍범 증권부장·부국장
shin@fnnews.com 신홍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