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최저임금 3조 실험, 후유증이 두렵다

영세·자영업계 땜질 비판.. 지원 끊기면 어쩔 셈인가

정부가 9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어떻게 세금으로 지원할지 구체안을 내놨다. 내년에 한해서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원까지 지원하는 게 골자다. 여기에 총 3조원이 든다. 다 세금이다. 하지만 정부는 2019년부터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대선 공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시급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나라 곳간을 책임진 김동연 부총리와 기획재정부는 그 뒤처리를 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시급을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정했다. 정부는 인상분 가운데 9% 몫을 예산으로 대겠다고 약속했다. 누가 봐도 무리다. 한 해 2~3% 성장하는 경제에서 임금을 한꺼번에 두자릿수나 올렸다. 정부 안에서조차 이견이 있다. 그 바람에 원래 지난 5일 예정이던 구체안 발표가 9일로 미뤄졌다.

중소기업과 영세기업, 자영업자들은 아우성을 친다. 정부 지원책은 땜질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연하다. 2020년까지 시급 1만원 공약을 이행하려면 앞으로도 2470원을 더 올려야 한다. 내년 시급(7530원)을 기준으로 33% 많은 액수다. 정부가 지원을 끊으면 그 부담은 몽땅 중기와 영세.자영업자가 지게 된다.

최저임금 정책은 무상보육 정책과 사뭇 닮았다. 정치권은 일단 올려놓고 보자는 식이다. 뒷설거지는 애꿎은 정부 몫이다. 지금은 1년 한시 지원이라고 하지만 중기와 영세.자영업자들이 반발하면 정치권이 또 어떤 묘수를 부릴지 모른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해마다 예산안 처리의 발목을 잡았다. 비슷한 일이 최저임금을 놓고 되풀이될 수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먼저 업종.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 서울과 소도시는 생활비가 다르다. 임금도 그에 준해서 주는 게 합리적이다. 정기적으로 주는 상여금, 교통비, 중식비는 최저임금 범위 안에 넣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도무지 2020년 시급 1만원을 맞출 수 없다.

벌써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후유증이 보인다. 프랜차이즈업체들은 사람을 쓰는 대신 무인계산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인건비를 견디지 못한 한계기업들은 공장을 해외로 옮길 수 있다. 일자리의 질을 높이려다 일자리의 양이 줄게 생겼다. 문재인정부는 말로는 중기와 영세.자영업자들을 보살피겠다고 했다. 하지만 행동은 딴판이다.
소득주도 성장에 집착한 게 원인이다. 정부가 무리하게 시장에 끼어들면 꼭 후유증이 나타난다.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은 바로 그 시범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