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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설자리 잃은 '주택 공급론'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0 17:18

수정 2017.11.10 17:18

[여의도에서] 설자리 잃은 '주택 공급론'


요즘 주택시장은 국지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울 등 주요지역은 청약열풍이 불고, 일부 지방은 미분양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부산 등 주요 신규 아파트 시장은 수십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인다. 견본주택마다 인파가 북적인다.

재건축 추진단지 가격오름세도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그동안 신축 아파트값 상승의 학습효과로 수요자가 몰린다.
집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기존 주택시장은 거래절벽이 심각하다. 이사 가고 싶어도 집이 안 팔려 못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8.2 부동산대책이 나온 이후 100일 만에 서울 아파트 거래는 3분의 1 토막으로 줄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규제책이 잇따르자 시장도 내성이 생기고 있다. 서울 집값은 규제책 발표 때만 반짝효과가 난다. 지난달 가계부채종합대책 후 집값이 잠시 주춤하더니 이달 들어 오히려 오름폭이 확대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은 재건축 추진 소식에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부 규제 타깃인 강남권을 잡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정부에 남은 카드도 많지 않다. 8.2대책 및 가계부채종합대책 등으로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대출규제 등 웬만큼 센 대책이 다 나왔다. 이제 남은 센 대책은 보유세다. 보유세 인상은 조세저항과 표심을 자극할 수 있어 섣불리 꺼내기도 어렵다. 이 같은 현실 속에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와 시각차가 존재한다. 정부 대책에서 공급이 빠졌다는 것이다. 미분양이 넘치는 일부 지방에 공급하란 얘기가 아니다. 수요가 많은 서울 등 주요지역에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요에 비해 주택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니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집을 지을 빈 땅(택지)이 없어 주요 공급 방법은 재개발·재건축이다. 재개발·재건축은 추진위원회 구성 준비부터 최소 10년이 걸린다. 정부가 강한 규제로 재개발·재건축을 틀어막으면 결국 공급이 막힐 수밖에 없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줄면 희소가치가 높아져 결국 집값이 상승할 거란 논리다. 일선 공인중개사와 전문가들은 이러다 참여정부 집값급등의 판박이가 될까 우려한다.

주택시장이 생각만큼 잡히지 않자 일방적인 정책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최근 주택공급론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흐름도 감지된다. 여당 관련 한 정책연구원의 연구원이 아파트 공급론을 내세운 보고서를 썼지만 발표되지 못했다. 그는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될 케이스였지만 그 보고서 탓에 정규직 전환에 실패하고 실직자가 됐다고 토로했다.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보고서에 연구원장이 대로했다는 것이다.

주택공급론을 강조했던 시장 전문가들도 입을 닫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공급 관련 자신의 발언을 기사에서 빼달라고 한 후 침묵하고 있다. 부동산정책과 방향이 다른 논객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부동산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 급랭하면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에 찬물이 된다는 점에서 정부도 고민은 깊다. 시장도 부동산시장의 급등락을 원하지 않는다.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다양한 논의의 장이 막혀선 안된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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