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세금 잘 걷힌다고 흥청망청 쓰면 안돼

세수 호조 2년째 오래 못가.. 재정 악화 경고 새겨들어야

올 들어 9월까지 정부가 걷은 세금이 1년 전보다 18조원 늘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4분기까지 국세수입은 207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3대 세목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가 모두 잘 걷혔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세수 호조를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오랜 침체 끝에 경기가 본격 회복세를 타는 신호인데다 국가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른 것은 문제다. 정부 예상치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8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초과 세수를 15조원으로 봤다. 역대 최대였던 작년(24조7000억원)보다 많은 전망치(26조원)가 나오는 이유다. 나라 곳간은 넘쳐나는데도 정부는 앞으로 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을 계획이다. '마른 수건 쥐어짜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세수가 비록 잘 걷힌다지만 흥청망청 쓰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정건전성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주 전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공무원 증원, 아동수당, 기초연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 4대 재정사업을 분석한 결과 2060년 국가채무가 1년 전 예상했던 것보다 3400조원 더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0%에서 2060년 194.4%로 뛴다. 부채 증가 속도가 연평균 7.5%로 경제성장률의 두세 배다.

여기에는 공무원 증원에 따른 공무원연금과 건강보험 보장 확대로 인한 건보 재정 지출 등은 빠졌다. 이들까지 감안하면 국가재정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장기 추정치이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국가부채 증가세를 보면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년전 1997년 11.4%에서 40.4%로 치솟았다. 가파른 부채 증가 속도를 보면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한번 시작된 복지는 되돌릴 수 없다. 문재인정부는 요즘 쏟아지는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흥청망청하다간 재정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의 길을 따라갈 수 있다. 정권 임기는 5년이지만 포퓰리즘이 남긴 빚은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문 대통령 말마따나 부모보다 못사는 첫 세대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워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