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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정상회담·APEC] 車·방산 동남아 공략 직접 챙기는 문 대통령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2 17:08

수정 2017.11.1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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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서 '세일즈 외교' 
"한국산 車부품 무관세" 베트남 주석에 요청.. 현대차 수출에 청신호
대중국 무역의존도 낮추고 수출.생산 다변화 전략
【 다낭(베트남)=조은효기자】 "베트남에서 한국 자동차 부품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해 달라."

신(新)남방정책 선언과 함께 동남아 3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잇따라 한국 자동차 산업과 방산수출을 필두로 전방위 경제외교를 펼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드보복 피해로 자명해진 과도한 현재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시아로 수출.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전략이 본격 착수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다낭시 청사에서 열린 베트남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에서 "2020년까지 양국 교역규모(수출.수입액의 총합)를 1000억달러까지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이자"고 '총론'을 밝힌 데 이어 베트남 정부 측에 한국 자동차 부품에 무관세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쩐 주석은 "한국 측 요청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쩐 주석은 "베트남은 한국과의 동반자 관계를 중시하고 있으며 한국은 베트남의 외교 정책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 의장인 쩐 주석은 21개 회원국 정상을 응대해야 하는 빠듯한 '분 단위' 일정에서도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예정됐던 시간보다 10분 늘린 40분간 진행하는 등 양자관계에 성의를 보였다는 전언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역시 지난 3월 베트남을 방문, 쩐 주석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현지 자동차시장 현황과 투자계획 등을 밝히고 베트남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본사 해외영업본부 조직아래 동남아시장 공략을 위한 '아세안(ASEAN)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상태다. 업계에선 문 대통령이 정상외교에서 '부품 무관세 요청'을 언급한 부분에 현대차의 베트남 현지 조립생산.반조립(CKD)방식의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8일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한 자리에서도 "인도네시아와 특별히 협력을 강화하고 싶은 분야가 자동차산업"이라고 직접 거론하는 등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 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기존에 철강·석유화학 중심이던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 간 산업협력 대상에 이번에 처음으로 '자동차 산업'이 명기된 것도 정상외교의 성과로 비쳐진다.

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나아가 양국 산업부를 대표로 자동차분야 협력강화를 위한 대화체 신설을 모색하기로 약속했다. 문 대통령을 수행한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년간 저울질만 했던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진출 문제가 비로소 양국 간 대화 테이블에 오르게 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정상회담 기간, 인도네시아 정부 및 재계 관계자들은 98.6%(2016년 기준)라는 기록적인 시장점유율로 인니 자동차 시장을 도요타, 스즈키, 혼다 등 일본차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데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는 연간 100만대 규모의 아세안 최대 자동차 판매시장이다. 지난 8일 한·인니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 인니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현지 생산공장을 만들 경우 투자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문 대통령이 여타 산업 중에서도 '자동차 산업' 수출 활로 타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건 다름아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중국 내 현대차 생산공장이 네 곳이나 연쇄적으로 문을 닫았던 게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한.중 관계 개선 조치로 사드 보복은 걷혀가고 있으나 대중국 무역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한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 산업화 시절과 달리 사드 보복 같은 국경선 밖에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제시할 지원책도 마땅치 않다.

청와대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한·아세안 교역규모를 2000억달러 수준(2020년까지)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2100억달러 정도 되는 중국과의 교역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고 밝혀 대중국 무역의존도를 낮추는 과제가 신남방정책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현대차는 포스트 차이나의 전초기지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300만대(연간 신차 판매량)규모의 아세안시장 진출 타진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한편, 한국 방위산업의 수출활로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8월엔 여름 휴가 중 진해 해군기지에서 당시 방한 중인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별도로 만나 인니가 추진 중인 차기 잠수함 3척에 대한 수주와 고등훈련기 수출 등 방산협력을 당부한 바 있다.
이번 순방 기간 인니 현지 언론들도 양국 간 방산기술 수출과 기술이전 협력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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