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논란 "산모건강·산모 결정권 위협" vs. "태아생명 존중"

재점화된 '낙태죄 폐지' 논란
헌재, 낙태죄 위헌 재심리…2012년 '합헌 결정' 이후 5년만
낙태죄 폐지.미프진 합법화 등 청와대 국민청원 23만건 돌파
폐지 찬성 "여성에만 책임 묻는 낙태법 개정 필요하다"
반대 "낙태 시술 일상화돼 여성인권 오히려 나빠질 수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를 재심리하고 낙태죄 폐지 청와대 국민청원이 23만건을 돌파하면서 낙태 찬반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현재 낙태 관련 법안이 여성의 건강과 자기결정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태아의 생명권도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자연유산 유도약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헌재.靑 국민청원…낙태죄 논란 불거져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월 8일 산모와 의사의 낙태 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 위헌인지를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해 심리 중이다. 헌재가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는 것은 2012년 8월 '동의낙태죄' 규정을 합헌이라고 결정한 후 5년 만이다.

당시 헌재는 "태아는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처벌 규정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관 한 자리가 공석인 가운데 절반인 4명이 위헌 의견을 낼 정도로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위헌정족수인 6명에 못 미쳐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지난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 총 23만5372명이 참여했다. 청와대는 특정 청원의 참여인이 30일 이내 20만명을 넘으면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급이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소년법 개정 청원에 이어 두 번째다.

■낙태 폐지 논란 찬반 양론 팽팽

낙태죄 폐지를 놓고 찬성과 반대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여성단체를 비롯한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측은 임신한 자에게 낙태의 죄를 묻는 현행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새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는 "현재 낙태는 음지에서 이뤄져 수술 후 출혈 같은 후유증이 심해도 제대로 된 의료혜택이나 관리를 받을 수 없다"며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낙태죄 때문에 여성의 건강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국가가 낙태죄를 이용해 인구를 통제했다면 이제는 국민의 좀 더 나은 삶을 향해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낙태죄를 폐지할 경우 낙태 시술이 일상화돼 여성 인권이 더욱 사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최정윤 낙태반대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태가 양성화되면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것은 여성"이라며 "남자친구에게 강요당해 낙태를 하는 경우가 늘어 더더욱 여성이 모든 결과를 책임지는 상황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신하는 순간 자녀가 생긴 것으로,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론은 낙태죄 폐지에 다소 힘이 쏠린다. 최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51.9%로 집계됐다. 반면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비율은 36.2%로 나타났다. '잘 모름'은 11.9%였다.

■먹는 낙태약 미프진 "부작용 우려" vs "안전성 검증"

국민청원에서 낙태죄 폐지와 함께 일명 '낙태약'으로 불리우는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 합법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프진은 프랑스에서 개발돼 자궁 내 착상된 수정란에 영양공급을 차단해 자궁과 수정란을 분리하고 자궁과 수축, 분리된 수정란을 자궁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자연유산을 유도한다. 미국.영국.호주.스웨덴 등 61개국에서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유통이 허용되지 않는다.

낙태 반대론자 등은 미프진이 유통될 경우 '자가낙태' 등이 성행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 전문가의 지도 없이 미프진을 복용할 경우 구역질이나 심한 출혈은 물론 불완전 유산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부인과 의사는 "하혈 등 부작용이 종종 보고되는 약이어서 도입과 유통에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미프진 도입에 찬성하는 측은 약이 양성화만 된다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노 활동가는 "임신 9주 이내에서는 안전성이 인정된 약"이라며 "도리어 미프진을 구하기 위해 음성적으로 구입처를 찾는 행동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