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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TPP11 장관급 회담 서두르자 중국선 RCEP 정상회의로 맞불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4 18:30

수정 2017.11.15 10:58

中.日 무역블럭 경쟁 치열
RCEP, 개방도 낮지만 34억명의 인구 매력적
TPP11 美 복귀에 안간힘
일본서 TPP11 장관급 회담 서두르자 중국선 RCEP 정상회의로 맞불

일본서 TPP11 장관급 회담 서두르자 중국선 RCEP 정상회의로 맞불

【 마닐라(필리핀=조은효 기자】 세계 인구 절반과 세계 경제력(GDP.국내총생산) 3분의 1이 집결된 메가 자유무역지대의 '좌장'이 되기 위한 중국의 발걸음이 빨리지고 있다. 연내 협정 타결이 무산된 데 따른 부담감, 나아가 미국의 불참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TPP11으로 '구사일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앞서 일본이 베트남 다낭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중 TPP장관급 회담을 준비하자 뒤이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첫 정상회의로 맞불을 놨다. RCEP 협상참여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12년 협상 개시선언 이래 5년 만이다. RCEP와 TPP11이란 거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목전에 둔 한국의 셈법도 빨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동남아 3국(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순방 중 "한국의 세계 10위권 성장엔 자유무역의 힘이 컸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주도의 메가FTA든, 미국이 빠진 경제나토든 양손에 떡을 쥐고 있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中, RCEP 속도 내자

이날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RCEP 정상회의에서 협상 참가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오는 2018년까지 협상을 타결 짓기로 의견을 모았다. 연내 합의하기로 한 당초 목표를 포기하는 대신 내년부터 장관.실무진급 논의 횟수를 늘려 협상을 이른 시일 내 타결 짓기로 한 것이다. 공동성명엔 타결 목표시점(2018년)과 함께 RCEP의 거대한 시장잠재력을 재확인하고 공평한 경제발전과 경제통합의 필요성, 참여국 간 발전 수준을 고려한 유연성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RCEP 협정이 발효되면 총인구 30억명, 전 세계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경제권이 만들어진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에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6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협정을 주도하는 중국은 특히 RCEP 조기타결을 서두르는 입장이나 RCEP 회원국들은 현재 양허수준 개선과 시장개방 범위 및 기준에 대한 핵심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참여국 간 경제력 차이가 최대 걸림돌이다. 주로 상품분야 개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FTA에 비하면 RCEP는 현저히 낮은 수준의 개방도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 약 60%인 개방도를 90%까지 끌어올리는 게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측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특히 자국시장 보호를 우선하는 인도.중국과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추구하는 일본.호주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CEP는 개발도상국 참여 비중이 높기 때문에 TPP 수준의 시장자유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TPP에 비해 RCEP는 단계적인 관세인하 및 서비스시장 개방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인구 규모로 따지면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RCEP(34억명)가 TPP(4억명)에 비해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이날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 극복을 위한 RCEP 중요성을 강조하며 "RCEP가 높은 수준의 상호 호혜적 방향으로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조정자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 빠진 경제나토' TPP11

일본은 미국이 빠진 TPP(12개국)를 TPP11(11개국)으로 기사회생시켰다. 회원국들은 우선은 '미국 없이' 가기로 했으나 여전히 미국의 복귀 통로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일본은 앞서 지난 10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APEC 기간 장관급 회의를 통해 '미국 없이도, 포괄적.점진적으로 TPP를 체결한다'는 큰 틀에 합의했다.

하지만 모습은 초라했다. 미국의 탈퇴로 당초 전 세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시장규모는 전 세계 경제력의 10%대로 쪼그라들고, 무역총액은 절반 가까이 감소한 채였다. 여전히 고비는 많다. 미국이 빠진 자리 경제력 2위국으로 올라선 캐나다가 복병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교섭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NAFTA 재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지금까지 4차례 협상이 진행됐으나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3개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먼저 TPP 협상이 진전을 보일 경우 NAFTA 재협상에서 자국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의 협정 복귀를 위해 일본의 속을 태우며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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