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정상회의]

'마닐라 타임'....각국 정상, 회의 지각 사태 속출

文대통령-리커창, 3시간 늦은 만남
美.아세안 회의에 지각한 트럼프 탓

14일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주요국 정상이 포토존에 서서 무리지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마닐라(필리핀=조은효 기자】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아세안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등 각종 아세안 관련 회의들이 열린 필리핀 마닐라. 10여개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국제 행사에선 회담시간이 1시간, 심지어 3시간씩 지연되는 게 일쑤였다.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나 9월 유엔총회 때 일사불란하게 다자회의와 양자회의가 진행됐던 것과 달리, 이번 마닐라에선 잇따른 지연사태로 회의 건너뛰기와 지각, 심야 회의까지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14일 오후 늦게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까지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90분간 지연되자 불참을 발표하고, 전용기에 올라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EAS정상오찬이 2시간여 지체된 오후 2시15분께 시작되는 바람에 늦은 점심을 하고, EAS 본회의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정상회의에 참석해 직접 보호무역주의 배격과 자유무역확산에 대해 입장을 밝히 예정이었으나 동아시아정상회의(EAS)일정이 지연되면서, 결국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들여보내고 국내 언론과의 기자회견을 한뒤 곧바로 필리핀 동포간담회장으로 향했다.

회의 지연 사태는 이날만이 아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와 리커창 중국 총리는 당초 이날 오후 5시30분에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무려 3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8시40분께 첫 대면식을 가졌다. 이유는 이날 오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아세안 정상회의'에 지각하면서 뒤이어 있었던 중국·아세안정상 회의, 한국·아세안 정상회의가 줄줄이 밀린 것이다.
오전부터 시작된 도미노 지연사태로 지난 13일 문 대통령과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정상회담은 밤 10시10분에 시작돼 10시38분에야 끝났다.
이는 근래 '가장 늦게 시작·늦게 끝난 회담'으로 지난 2007년 3월 노무현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간의 정상회담(밤9시20분~밤10시30분)기록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마닐라의 교통상황이 한 몫 했다는 지적이 있다.
필리핀 정부는 △아세안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 △RCEP정상회의 △각종 양자회담이이 맞물려 진행되는 것을 감안, 마닐라 시내로 차량진입을 통제하고 심지어 13일부터 17일까지 '통 크게' 임시공휴일을 선포해 국민들에게 '조기 크리스마스 휴가'를 선사하기까지 했지만 회의 지연 사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