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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캐나다 통화스와프, 한은에 박수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6 17:09

수정 2017.11.16 17:09

상설·무제한 기축통화 확보.. 끊어진 대일 협정 다시 맺길
한국은행이 16일 캐나다 중앙은행과 한도와 기한이 없는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빌려올 수 있는 계약이다. 가계로 따지면 마이너스 통장과 같다. 금융시장에 튼튼한 안전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은 대상인 캐나다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축통화는 금본위제하의 금처럼 국제결제에 기본이 되는 통화를 말한다.
미국 달러, 유로존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스위스 스위스프랑과 캐나다 달러가 포함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은 나라 가운데 기축통화국은 없다. 지난달 우리나라는 중국과 56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가까스로 연장했다. 이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위기 시 대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위안화는 아직 기축통화에 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계약 조건도 파격적이다. 이번 한.캐나다 통화스와프 협정은 만기와 한도가 없다. 이는 6개 기축통화국끼리만 협정을 맺을 때 사용하는 표준형태다. 우리나라는 과거 미국, 일본과도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미국과는 2010년 금융위기 극복 이후, 일본과는 2015년 독도 등 외교갈등으로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서 끊어졌다.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는 만기 연장 부담이 없다. 기축통화국인 캐나다가 기축통화가 아닌 한국 원화에 대해 기축통화와 거의 대등한 수준의 대우를 해준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정착되고, 기초체력이 강화됨으로써 우리 경제가 선진국권에 접어들었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가 그만큼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쾌거다.

그럼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중국, 호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5개국과 1222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중국을 빼면 나머지는 그만그만하다. 반면 우리는 개방형 중규모 경제국으로서 수출 등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다. 구조적으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개인 살림도 여유가 있을 때 저축해야 어려울 때 버틸 수 있다. 국가경제도 마찬가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회에서 "미국,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를 살리면 외환안정에 대단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정치는 정치, 금융은 금융대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했다. 그렇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미.일과 통화스와프 재협의에 나서야 한다.
지난 수개월간 기축통화국인 캐나다를 상대로 어려운 협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한은에 박수를 보낸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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