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yes+ Culture] "하이브리드 예술 '골렘', 단순한 연극아닌 새로운 장르랍니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6 20:00

수정 2017.11.16 20:00

애니메이션.라이브 음악 결합 독창적 연극 '골렘' 한국 초연
이스라엘 신화 속 영혼없는 인형 '골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 무대 위에 구현
디지털기기에 중독된 현대사회 풍자.. 오는 19일까지 LG아트센터서 공연
[yes+ Culture]

"애니메이션을 사용하지만 영화적이지 않고 연극적이다. 애니메이션은 하나의 도구로써 연극 무대를 완성시키는 장치다. 일종의 연극적인 애니메이션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꿈을 꾸는 것 같은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영국 극단 '1927'은 매우 독특한 팀이다. 극단이라고 불리기에는 구성원들이 다채롭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수잔 안드레이드와 애니메이터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폴 배릿이 2006년 의기투합해 만든 이 극단에는 이후 배우 애즈머 애플턴과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릴리안 헨리가 합류해 현재의 진용을 갖췄다. 이들이 함께하다 보니 애니메이션과 연극, 라이브 음악이 결합된 독창적인 스타일의 작품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들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골렘(Golem)'이 오는 19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한국 관객들과 처음 만난다. 지난 2014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직후 영국 런던에서 대중들에게 선보인 이 작품은 초연 당시부터 현지 언론과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英 극단 '1927' 폴 배릿 대표
英 극단 '1927' 폴 배릿 대표


'골렘'은 소심한 주인공 로버트가 어느날 말하는 점토인형 골렘을 갖게 되면서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게 되는 이야기다. 골렘은 이스라엘 유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혼없이 움직이는 인형으로 이 작품에서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에 길들여진 현대사회의 모습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움직이는 총천연색 애니메이션 배경 속의 골렘 캐릭터와 함께 배우들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마치 스위스 시계처럼 정교한 연기를 펼쳐낸다.

이 작품의 절반을 애니메이션이 책임진다고도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이 연극의 제작자이자 극단 1927의 대표인 애니메이터 폴 배릿 예술감독이 방한했다.

폴 배릿은 "작품을 제작하며 연기와 애니메이션의 조화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에 집중하려 했다"며 "현대사회에서 쓰고 있는 기술에 대해 생각하면서 어떻게 보면 기술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그 기술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통제하는지, 그 방식에 대해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고 동시에 이런 사회적 현상이 자본주의의 병폐와 어떻게 맞물리는가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이런 사회적 현상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우리가 기술을 올바른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에 대해서 새로운 시선을 갖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람이 필요를 위해 만들어낸 골렘이 어느 순간 진화를 거듭하며 오히려 주인인 인간을 역으로 지배하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폴 배릿은 "골렘 캐릭터를 살아있는 배우를 분장시켜서 선보이기보다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해 무대 위에 구현시켰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실제 점토로 사람의 모형을 일일이 만든 후 움직임을 한 컷, 한 컷씩 찍어 그 위에 애니메이션을 덧입히는 클레이메이션 기법을 사용했다. 무대 평면에 떠오르는 애니메이션 속 골렘의 모습이 마치 3차원의 대상처럼 보이는 것은 이러한 수고로움 덕분이다. 그는 이 작업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작업했다.

폴 배릿은 "다른 이들이 보면 답답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며 "언젠가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겠지만 일단 모든 애니메이션 작업은 전부 손으로 그림을 그린 후 각각의 프레임을 스캔해 컴퓨터에 넣은 후 작업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작업을 하기 때문에 독특한 스타일을 갖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극에 애니메이션을 결합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묻자 폴 배릿은 "우연히 시작하게 됐다"며 "공동 창단자인 수잔과 초반에는 퍼포먼스 아트 작품을 선보였는데 애니메이션을 연극 공연에 사용하는 것이 무대 제약을 줄일 수 있고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해 이런 스타일의 작업들을 진행하게 됐고 이것이 연극이라는 장르에 획기적인 변화를 제시했다는 평을 받게된 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의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애니메이션과 영상이 조력자 역할을 했다면 우리 작품에선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함께 논의될만큼 전면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은 단순한 연극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장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기술의 시대에 연극과 영화, 오페라 등이 장르적 카테고리를 벗어나 모든 요소를 망라하는 하이브리드적인 예술의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식의 작업은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는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제작 방식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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