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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환율 하락을 보는 두가지 시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7 17:35

수정 2017.11.17 19:41

단기 과속 추락은 막되 길게 보면 시장 맡겨야
원화 환율이 17일 달러당 1100원선 아래로 뚫고 내려갔다. 거꾸로 원화 가치는 올랐다. 요 며칠 기획재정부는 구두개입에 나섰다. "속도가 너무 빨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냈다. 하지만 그 정도론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그만큼 원화 환율을 끌어내리는 힘이 강하다.


환율은 그 나라 경제가 얼마나 건강한지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다. 수출이 잘 돼 성장률이 높으면 환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수출은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월별 두자릿수 증가율은 예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전보다 0.2%포인트 높은 3.2%로 올려잡았다. 경상수지는 9월 기준 67개월 내리 흑자 행진이다. 우리끼린 불황이니 청년실업이니 힘들다고 하지만 밖에서 볼 때 한국 경제는 쾌속순항 중이다.

문제는 환율 하락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이다. 단기적으론 속도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환율에 민감하다. 수출이 꺾이면 그 여파는 경제 전반에 미친다. IMF 같은 국제 금융기구에서도 환율 조작이 아닌 미세조정 차원의 외환시장 개입은 허용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정부의 적절한 간섭은 바람직하다. 다만 미국이 환율보고서에서 꾸준히 한국을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려놓고 있다. 책잡힐 일은 삼가는 게 좋다.

중장기적으론 환율을 온전히 시장에 맡기는 것도 생각해봄 직하다. 긴 시야로 보면 달러당 1000원대 환율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노무현정부(2003~2008년) 시절 환율은 꽤 오랜 기간 900원대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1000~1100원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에도 1000원선이 간당간당한 적이 있다.

환율은 양날의 칼이다. 통상 수출엔 마이너스, 국민소득엔 플러스로 본다. 얼마전 김인호 전 무역협회장이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그는 "국민소득을 줄여서 수출해 온 건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일부러 원화를 저평가해서, 곧 환율을 높여서 수출산업을 보조할 필요가 있느냐는 뜻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는 문재인정부가 귀담아들을 대목이다. 물론 재차 강조하지만 급격한 환율 하락은 경계해야 한다.
플라자합의(1985년) 뒤 엔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여태껏 곤욕을 치르는 일본이 반면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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