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사드갈등 봉합' 韓-中 온도차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한순간에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야말로 순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10.31 발표문을 통해 양국 간 사드 합의문이 공개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사드갈등이 급속 해빙무드를 맞을 것이란 우리나라만의 착각은 최근 사드해법을 둘러싼 한·중 양국 간 미묘한 시각차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회담한 이후 중국은 다음날 외교부에 게시한 자료와 관영 신화통신 보도 등을 통해 "리 총리가 '양국은 최근 단계적으로 사드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공동 인식을 달성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단계적'이란 조건부에 대해 도대체 무슨 뜻인가를 놓고 아직까지도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사드갈등 해소를 중국 정부가 공언했지만 중국 내부 정치적으로 역풍이 불 수 있어 중국 내부 여론을 감안한 표현이라는 전망을 제기했다. 양국이 사드합의를 발표한 가운데 이어지는 사드해빙 행보 과정에서 등장한 상투적 수사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전반적 상황을 재정리해보면 중국은 사드해법에 대해 '단계적' 접근법을 강조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전면적' 해법을 견지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차는 사드합의문에 대한 해석 과정에 '사드 봉합'이라는 부분과 '미래지향적 관계로 전환'이라는 표현에 우리 정부가 과도하게 집착한 데서 비롯됐다.

우선 사드합의문은 사드갈등으로 비롯된 한·중 갈등을 풀어내는 분수령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드배치 자체를 완전히 땅에 묻고 가자는 뜻은 아니다. 이는 한반도 내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결코 바뀐 점이 없다는 걸 망각한 데 따른 오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사드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과 연결시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도 사드합의 이후에도 사드 폐기를 재언급한 바 있다. 중국은 사드 해법뿐만 아니라 북핵 해법에 대해서도 미국의 압박과 타협 속에서도 기존 입장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실제로 중국 미·중 정상회담 이후 시 주석이 북핵 문제 해법으로 제시해온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에서 일부 물러섰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중국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북핵 문제 해법으로 중국이 제시해온 쌍중단뿐만 아니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에 대해서도 시종일관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드해법은 바로 쌍중단 쌍궤병행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스탠스에서 나타나듯이 한순간 등장했다가 유행하다가 사라지는 정책이 아니다.

따라서 '미래지향적 관계로의 전환'이라는 사드합의의 내용도 곱씹어봐야 한다. 사드해법에 대해 전면적 해결을 기대하는 한국으로선 일단 사드를 현 수준에서 유지한 채 양국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발전적 관점에 대한 논의를 한·중 정상회담에서 나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단계적 해법을 강조하는 중국 측에서 우리 정부의 전면적 방식을 곧이곧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래지향적 논의를 포괄적으로 진행하더라도 반드시 사드해법에 대한 단계적 방안에 대한 조건부 요구사항들을 내걸 공산이 크다.

물론 중국이 최근 글로벌 리더십을 확대하기 위해 주변국들에 대해 유연한 제스처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해법에 대한 온건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한 가지 명심해야 할 부분은 더 이상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장밋빛 약속을 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곧바로 사드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사드해법은 제자리걸음을 하며 연말을 맞게 됐다. 냉철하게 사드해법을 준비하고, 외교적 대응에 나서는 게 현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이롭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조창원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