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엔저’ 앞세운 日 공세도 버거운데…車·조선 ‘원화 강세’ 치명타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7 17:46

수정 2017.11.17 17:46

수출업계 초비상..車 수출경쟁력 추락 불보듯, 전자업계도 月 수백억 손해..철강은 원가하락 등 이익도
장기화땐 대책 시급..현지통화 거래 등 대응 나서 해외공장 늘려 피해 최소화
조선사는 선물환 등 환헤지
‘엔저’ 앞세운 日 공세도 버거운데…車·조선 ‘원화 강세’ 치명타


'원화 초강세'로 인해 일부 수출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수출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장기화될 경우에는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기업이 환헤지를 해와 기존 물량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향후 신규 물량의 경우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수출 비중이 큰 대부분의 제조업체는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환위험의 최소화를 위해 경상거래 및 예금, 차입 등의 자금거래시 현지 통화로 거래를 하고 있다. 입금 및 지출 통화를 일치시켜 환율에 따른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해외공장을 구축해 현지와 직접 거래를 하는 것도 환율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철강업체들은 최근 수출경기 호조세 덕분에 당분간 원화 초강세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판단중이다. 반면 불황세에 빠른 자동차업체들은 원화 초강세가 향후 수출경기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체들도 신규 수주 시 원화 초강세가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자동차 '엎친데 덮친격'

자동차회사들은 원.달러 환율과 엔화 환율이 동시에 하락해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유럽, 중국 등에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해 환율하락 영향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국내 수출비중이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차량 10대 중 4대 이상은 원.달러 환율 하락 영향권에 있는 셈이다. 달러 결제의 경우 일정부분 환차손도 불가피해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엔저 가속화도 수출에 부담이다.

이미 원.엔화 환율이 100엔당 1000원대가 무너졌고, 이날 970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도요타 등 숙적인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해외에서 마케팅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와 엔화 환율 동반 하락세가 지속되면 채산성은 악화되고, 최대 경쟁국인 일본과는 가격경쟁에서 밀려 이중고를 겪게 된다.

전자업계의 경우 환율이 10원 내리면 월 300억원의 피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달러를 기반으로 거래가 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 비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국내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클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환 위험에 대비해 이미 일정 비중은 현지 통화로 거래를 하고 있으며 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단기적인 환율 변동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에 차질을 주는 게 사실"이라면서 "환율마저도 극복할 수 있는 기술경쟁력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업, 신규수주 경쟁력 하락

조선업체들은 선박 수주계약 당시에 선물환과 같은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서 환헤지를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환율변동이 이전에 계약한 수주물량에는 미치는 영향이 없다. 다만 조선업은 수출산업인 만큼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신규 수주물량은 수익성이 하락이 불가피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신규 수주물량의 경우) 선박가격 협상 시 환율변동분이 선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영업 측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석유화학업계도 원·달러 환율 하락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수출물량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부정적 면에 대응하기 위해 환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원유와 나프타 등 원료 구입비용은 절감할 수 있지만 수출 부문에서 매출 감소와 수익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생산의 5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은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이에 석유화학업계에선 원·달러 환율 하락 시 외환보유를 축소하거나 현물(스팟) 거래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대응에 나선다. 환율 하락 때 선물거래를 늘리면 손해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환율 하락은 외부적 요소이기 때문에 업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지만 원가절감과 헤지시스템 운영 등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대응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글로벌 시장 회복세에 있는 철강업계는 원화 초강세에 따른 이익과 손실이 골고루 있다고 판단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원화 초강세 시 철광석, 석탄 등 원료 수입가격 인하로 원가가 하락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제품을 수출하는 측면에서는 가격이 상승해 다소 불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발 철강 생산 감소로 글로벌 시황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수출시장이 받쳐주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사업체가 많은 해운과 상사들은 오히려 최근 원화 초강세가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주고받는 모든 화폐단위가 달러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면서 "하지만 실질적인 손실은 아니지만 국내 장부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다소 낮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LG상사 관계자는 "환헤지를 하고 있어 영향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오승범 조지민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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