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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아파트 위험 무릅쓴 이사... 경찰도 '수수방관'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8 18:34

수정 2017.11.19 10:13

기울어진 아파트 입주민, 위험 무릅쓴 이사...포항시재해대책본부 '나몰라라' 
의용소방대도 안전수칙 외면하고 입주민 따라 아파트 진입
지진 발생 후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출입이 전면 금지된 포항시 흥해읍의 한 아파트에서 18일 한 가족이 위험을 무릅쓴 채 집기를 반출했다.
지진 발생 후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출입이 전면 금지된 포항시 흥해읍의 한 아파트에서 18일 한 가족이 위험을 무릅쓴 채 집기를 반출했다.

[포항=최수상 기자] 지진 발생 후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출입이 전면 금지된 포항시 흥해읍의 한 아파트에서 위험을 무릅쓴 입주민들의 집기반출이 잇따르면서 포항시재해대책본부가 이재민의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포항시 북구 흥해읍 D아파트 1개 동이 육안으로도 확인될 정도로 크게 기울어지면서 인접한 2개동을 포함 입주민 70여 명이 곧바로 대피했다. 이 아파트는 당일 실시된 긴급안전점검에서 사용제한 판정을 받았고 경찰이 24시간 배치돼 주민접근을 막는 등 2차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하지만 지진발생 4일째인 18일 일부 입주민들이 주말을 이용해 귀중품과 생활용품을 반출하기 위해 다시 아파트 자신의 집을 찾았다.


붕괴와 함께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입주민들은 간단히 아파트에 진입했고 옷가지와 집기류, 귀중품 등을 챙겨 나와 차량에 싣기를 반복했다. 일부 주민은 1톤 화물차 가득 집기류를 가져 나와 이사를 방불케 했다.

경계를 서고 있던 경찰은 몇 차례 이들을 만류했지만 강제하지는 못했다. 현장의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집으로 가겠다고 하면 강제할 권한이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포항시재해대책본부 관계자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안전대책 매뉴얼은 따로 없다"며 "입주민과 해당지역 기관장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같은 아파트 주민들은 여진으로 언제 넘어질지 모르는 위험성을 당국이 인정해 직접 출입금지 조치를 내려놓고 이제와서 이재민의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며 불만를 드러냈다.

특히 이날 아파트에서는 출입통제를 맡은 경찰이 수수방관하는 사이 자원봉사에 나선 의용소방대 20여 명이 입주민들의 집기반출을 돕겠다며 찾아와 작업을 거들었다. 이 과정에서는 안전모조차 착용하지 않고 위험시설에 진입해 논란이 됐다.
현장에는 아파트 단지 바깥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경찰만이 안전모를 착용한 상태였다.

포항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구조출동, 위험시설물 진입에는 반드시 안전모와 안전고리 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기본수칙”이라며 “관계자들을 통해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웃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54)씨는 “출입이 금지된 이 아파트에는 지진발생 이후에도 거주를 하고 매일 같이 드나드는 주민이 있지만 경찰이나 포항시 공무원들의 제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이렇게 입주민의 출입을 허용할거면 차라리 안전모 등을 지급해 조금이라도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uls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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