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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지속가능한 뿌리산업이 필요하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9 17:01

수정 2017.11.19 17:03

[차관칼럼] 지속가능한 뿌리산업이 필요하다

자동차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JD파워의 2015년 조사 결과 한국차의 제품구입 만족도는 구입 초기에는 전체 제조사 중에서 최상위권이었으나 3년 후에는 중하위권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뿌리기술의 경쟁력 차이에 기인한 것이다.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공정산업을 뿌리산업이라고 한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6대 분야 기술을 활용해 자원을 소재로, 소재를 부품으로 생산하는 산업이다. 최종 제품의 성능과 신뢰성을 결정하는 주력제조업 품질경쟁력의 핵심이며, 오랜 기간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돼 개도국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선진국의 숙련기술 영역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중요성에도 현재 국내 뿌리산업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대다수 뿌리기업이 의존하고 있는 주력산업의 생산과 수출 증가율이 과거 대비 감소했고, 이에 따라 매출액도 2011년 이후 둔화되고 있다.

수작업과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대표되는 3D산업의 이미지로 인해 야기되는 인력부족과 입지애로도 중요한 문제다. 청년층의 취업기피로 다른 산업에 비해 인력 부족규모가 크고, 국내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단순노무 외국인 고용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공정 특성상 발생하는 먼지, 악취, 소음으로 뿌리기업과 인접한 지역 주민의 이전요구가 빈발하고, 공장들이 밀집된 산업단지조차 뿌리기업의 신규입주와 기존 뿌리기업의 증설을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뿌리산업은 모두에서 말한 것처럼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으로서 결코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독일과 일본이 뿌리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로 제조업 강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뿌리산업은 기존의 모습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변화된 환경에 맞춰 고부가가치화, 친환경화, 3D산업이라는 인식 개선을 추진해야만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는 수요산업 트렌드에 맞춘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뿌리산업 혁신과 기술개발을 위한 고급인력 양성도 필요하다. 또한 포화된 국내시장을 벗어나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공정의 스마트화, 자동화, 친환경화를 통해 3D산업 이미지를 개선해 인력 및 입지문제 해결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인력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근무환경이 우수한 기업과 업종을 중심으로 청년인력을 유입시키고, 최근 뿌리산업으로 유입이 증가하고 있는 중장년 인력에 대한 교육지원 프로그램도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업종으로 제한하고 있는 산업단지 규제에 대해서는 친환경 설비를 갖춘 뿌리기업의 산업단지 입주가 허용되도록 제도개선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런 방향에 맞추어 구체적인 실행과제들을 담은 제2차 뿌리산업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11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뿌리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헌신적 노력을 아끼지 않는 국내 뿌리산업 종사자들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정부의 뿌리산업 정책에 대한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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