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국채 매입 취소, 솔직한 답을 듣고 싶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9 17:01

수정 2017.11.19 17:03

[차장칼럼] 국채 매입 취소, 솔직한 답을 듣고 싶다

지난 14일 오후 금융시장은 두 번 놀랐다. 금융시장을 놀라게 한 주체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우리 정부였다. 한 번은 예상 외로 한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한 IMF였고, 다른 한 번은 정부였다.

IMF은 2주간 정례협의를 갖고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3.2%로 올렸다. 세계경제 회복으로 수출, 투자가 성장을 견인했다고 우리나라 경제를 평가한 것이다. 우리 경제가 회복 기조에 완전히 들어섰다는 것을 증명해 준 셈이다.


경제가 좋을 때 구조개혁을 해 장기성장을 끌어올리라는 조언도 물론 있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혁신성장, 확장적 재정정책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정부와 경제정책을 최종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불과 몇 십분 후 시장은 또 한 번 놀랐다. IMF 발표만큼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은 원인 파악에 분주했다. 정부가 15일 예정됐던 국채 매입을 갑자기 취소했기 때문이다. 당초 기재부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2018년 3월 만기가 도래하는 8개 종목 1조원 규모 국고채를 매입할 계획이었다. 국채 매입 24시간도 안 남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원인 파악에 나섰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경우가 없었다는 시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확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아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년 만에 2.2%를 넘기도 했다.

온갖 추측도 난무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취소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며칠 전 국회에서 초과 세수로 국채를 상환하겠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유로 거론됐다. 정확한 이유는 누구도 밝히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며 기획재정부를 통해 입장을 들으라고 했고, 기획재정부 담당부서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공식 입장 역시 나오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나고 발표된 내용은 황당했다. 실무적으로 상환시기를 조정했다는 것. 시장은 답답해했다.

그다음 날도 정부의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해석하기에 급급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가 세수를 잘못 예측해 1조원의 국고채 매입을 받아줄 자금 스케줄이 꼬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부총리는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남의 일 말하듯 설명했다. "올해 초과 세수(정부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를 계산 중이고,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던 중 실무적으로 국채 바이백이나 추가 발행 문제를 전체적으로 살펴봐야겠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가 경제를 총괄하면서 기재부는 자신감 있고 시장과 소통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관된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확실하게 사과했다.
증세 문제가 대표적이었다.

시장은 아직도 정확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에 대해 솔직하게 답해야 한다.

이병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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