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국회 특권 없앤다더니 보좌진만 늘리나

지령 5000호 이벤트

입법 생산성은 바닥인데 공무원 300명 더 늘린 꼴

여야가 국회의원 사무실마다 8급 공무원 1명씩 총 300명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17일 국회 운영위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가결하면서다. 현재 7명(4급 2명, 5급 2명, 6.7.9급 각 1명)인 의원별 보좌진을 8급 1명을 추가해 8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여야는 그간 진영 논리의 덫에 걸려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하나 처리하는 데도 몇 년씩 대치하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공통의 이해가 걸린 보좌진 증원에는 이처럼 발 빠르게 손을 잡았다니 그 배짱이 사뭇 놀랍다.

물론 여야 원내지도부의 입장에선 구실이 없는 건 아니다. 내년부터 인턴 기간이 2년으로 제한돼 현재 의원 당 2명씩 둘 수 있는 '행정 인턴'이 한꺼번에 그만두면 업무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핑계일 뿐이다. 지금도 의원 보좌관 수는 미국을 빼면 한국이 가장 많은 편이다. 게다가 행정부가 법안을 발의하지 않고 100% 의원 입법에 의존하는 미 의회에 비해 형편없는 우리 국회의 생산성을 돌아보라. 업무과중 운운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다.

특히 유럽 주요 국가의 경우 의원 보좌인력은 연금을 받는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인 신분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회가 2010년 연간 177억원 예산을 들여 5급 비서관 1명을 증원했을 때도 국민들이 혀를 찼던 이유다. 이런 마당에 다시 연간 67억원의 혈세로 보좌진을 늘리려 하니 특권 챙기기란 말을 듣는 것이다. 더군다나 공무원 증원을 통한 일자리 대책을 혈세를 통한 생색내기로 치부하던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보좌진 증원에 맞장구를 친 것도 이율배반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20대 의원의 세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인당 국민소득에 견줘 미국.일본 다음이라고 한다. 연 2회 이상 해외시찰, 그리고 정책개발비 지원 등 온갖 혜택을 고려하면 누리는 특권은 그 이상이란 말도 있다. 그래서 국회도 기회 있을 때마나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친인척 보좌관 채용을 금지한다거나, 눈먼 돈인 양 쓰던 특수활동비를 줄이겠다더니 대부분 용두사미 격이었다. 여야는 차제에 무한정쟁을 일삼다 의원 특권 지키기에는 늘 한통속이었던 구태와 절연하기 바란다. 이번에 슬그머니 야합한 보좌진 증원을 철회하는 일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