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KB금융 주총 결과를 주목한다

윤 회장 연임은 가능성 커.. 노동이사 선임은 신중하길

KB국민은행을 자회사로 둔 KB금융지주가 20일 임시주총을 열어 새 회장을 뽑는다. 현 윤종규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주총에선 또 노조가 주주 자격으로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변경 건을 처리한다. 노조 제안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KB금융지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금융그룹이다. 경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임시주총이 마무리되길 기대한다.

윤종규 회장은 2014년 취임했다. 지난 3년간 실적은 쟁쟁하다. KB금융 주가는 3만원대에서 6만원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올해 순이익은 사상 처음 3조원 돌파를 코앞에 뒀다. 경영실적만 보면 연임을 막을 이유가 없다. KB금융 외국인 지분율은 69.07%에 이른다. 개별적으론 국민연금이 최대주주(9.68%)다. 윤 회장은 주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주총을 앞두고 관치 재발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이달 초 우리은행 이광구 행장은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사퇴할 뜻을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경찰이 KB금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노조 설문조사에 회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금융은 제2의 우리은행이 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당연하다. KB금융에 정부 지분은 단 한 주도 없다. 이명박정부 때 금융계는 이른바 '4대 천왕'이 지배했다. KB금융도 그중 하나였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KB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주총에서 선임될지도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기업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나아가 노동이사제를 민간기업에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KB노조는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더 놀라운 건 국민연금의 태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그것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자체 결정했다. 박근혜정부에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의결권 행사로 곤욕을 치렀다. 그 여파로 기금운용본부장은 몇 개월째 공석이다. 마침 이달 초 김성주 전 민주당 의원이 새 국민연금 이사장에 취임했다. 금융지주사 이사회에 노동이사가 참석하는 것이 옳은지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국민연금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국민연금이 찬성한다고 노동이사 안건이 자동 통과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주주들이 반대하면 어떤 안건도 처리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행여 국민연금이 정권 입맛에 맞는 정치색을 띨까봐서다.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